카메라가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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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가 유행하던 시절부터 DSLR이든 미러리스이든 최소 한 대는 꼭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경우엔 여러 대가 있어서 나눠주기도 했던 것 같고.
새로운 시대가 되었으니 새 카메라를 장만해야겠다고 기존의 카메라들을 모두 처분하고 보니 이제 남은 것이라곤 하나 뿐인 스마트 폰 카메라 뿐이다.
여러 번 카메라를 새로 사야 되나 하는 유혹을 받는 이유는..
1) 유튜버들의 사진 결과물이 이상하게 좋아보인다. 2) 새로 나온 카메라를 사면 내 삶이 그만큼 좋아지겠지 하는 착각이 스며든다. 3) 나에게 필요없는/의미없는 기능인데 필요할 것 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의미없는 기능들이 더해진 이유로 가격은 쓸데없이 높다.
막상 스마트폰은 depth of field가 좁고 카메라 렌즈가 주는 여러 가지 재미난 효과들도 없고 화질이 엉망이겠지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그다지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활용도는 사실 제일 높다.
1) 아무데서나 찍어도 geotagging은 기본이다. 2) 스마트폰이라도 image stabilization 기능은 탑재하고 나온다. 3) 유무선으로 웹캡으로 쓸 수도 있다. 4) 특별히 후처리를 하지 않아도 적당한 결과물이 나온다.
요샌 좀 과하게 화소수가 높아서 파일 크기가 큰 걸 빼면 만족스럽다.
어차피 누구한테 보여준다거나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땐 비싼 카메라든 스마트 폰 카메라든 후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라면 구태여 미러리스 카메라를 장만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휴대도 불편하고 이런 저런 악세사리도 많아야 되고 어차피 포기하면 그만인 화각을 건지자고 비싼 렌즈를 사야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스마트 폰의 카메라는 셔터 랙이 좀 있고 좀 과하게 샤프닝된 결과를 얻는다 뿐이다. 일반 미러리스나 DSLR은 일부러 geotagging을 해야 되고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보관하거나 하는 일도 하지 않아서 내내 그놈의 파일 옮기기를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많이 거들어주긴 한다지만.
아마도 조만간에 남은 렌즈들도 다 처분하게 되지 싶다. 이렇게 내 삶에서 카메라 취미가 슬슬 퇴출 되겠지 한다.
생각해보면 내 삶에서 가장 기록해야 할 게 많던 시절에 가장 안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고, 중요한 기록의 순간엔 폰카도 제구실을 못해서 기록을 못했던 일이 더 많고, 그 외의 경우에는 쓸데없이 좋은 카메라들을 여러 대씩 가지고 있었다. 정작 그 시절에도 카메라를 들고 나오지 않아서 기록한 것도 별로 없었거니와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설치고 있는 내가 싫어서 일부러 들고 나오지 않은 때도 많았다. 또 어렵사리 기록을 했다 하더라도 관리를 엉터리로 해서 날아간 것도 매우 많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기록물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기록 매체의 품질 따위는 의미가 없구나 할 뿐이다. 기록물의 내용이 좋아야 할만큼 내 삶이 행복하고 재미나야 하는 것이 먼저이고.
어차피 내가 죽고 나면 나의 과거 따위 궁금해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기록이란 것도 다 나를 위해서 존재할 뿐. 내가 과거의 기록을 보면서 행복하지 않을 거라면 남겨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진정 나의 행복했던 순간의 기록은 오직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 기록해서 남겨둔 것은 일부러 태워없에고 관리를 잘못해서 없어지고. 또 당시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해서 지금 되돌려본 들 지금의 내가 그것을 보고 어떤 감정을 갖게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잘가라 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