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 Marienthal의 음악을 듣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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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고 뭐고 음악 장르도 제대로 구분 못하던 어린 시절에 선물받은 재즈(?) 모음집을 듣다가 ‘와! 이거 뭐야!’ 했던 음악이 있는데, 그게 Eric Marienthal의 Hustlin’ 이란 곡이었다. 사실 곡의 흐름이나 코드, 접근 방식이 등등이 그냥 흔한 팝음악과는 다르니까 흔히들 contemporary jazz라고 부르는데, 또 흔히 알려진 contemporary jazz와도 살짝 다른 맛이 있다. 어쨌든 Jazz라는 음악이 포함하는 영역이 워낙 넓으니까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들을 뿐.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뮤지션이 자기 이름을 붙여서 음반을 내면 모든 작업을 그 사람 혼자 시작해서 마무리한 것이라 생각했어서 그냥 ‘천재로구나’ 했던 것 같다. 색소폰을 이렇게 맛갈나게 빠르고도 경쾌하게 아니 흠잡는 것은 고사하고 감탄할 정도로 아니 솔로 연주를 듣다보면 어디서 저런 프레이즈를 잘도 만들어다 연주할 수 있나, 아니 외모는 왜 이리 멋지기 그지없나….누군가는 정말로 좋은 것은 다 가져다 만든 유전자를 받고 태어나나보다 했으니까..
지금 찾아보니 Jeff Lober가 만들어 놓은 뼈대에 스튜디오 세션맨들이 양념을 버무려서 여기에 에릭의 솔로 연주가 앞에 붙어있게 된 것이다. Jeff Lober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이 사람의 음악이 어떤지는 이분의 솔로 음반이라든가 이분이 참여한 타인들의 앨범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이곡이 왜 이렇게 쓰여졌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이분의 스타일은 건반을 주로 연주하고 건반주자 답게 화음을 다채롭게 쓸 수 있다는 건데, 혹자의 평을 빌면 코드 쓰는 것이나 패턴이 너무 뻔해서 재미가 없단다. 난 그것에 반대하고 일단 이분이 쓴 곡들이 대부분 독특하고 친근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 화음진행이니 패턴따위 제 아무리 신박하다고 해도 음악 자체가 재미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분이 데뷔했을 때의 모습을 보면 그 외모가 이미 엔터테인먼트 계통에 진출하기에 전혀 모자람없이 잘 다듬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충 보면 Sacrameto에서 태어나서 San Mateo에서 잠시 자라다가 Newport beach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것으로 되어있다. 잘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엔 대중음악 치고는 약간 변방에 속해있는 이쪽 음악 계통에 머물려 했기에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맘만 먹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성공했지 싶다.
시간이 오래 흐르긴 했지만 역시 Yamaha DX7의 Electric piano의 음색은 언제들어도 참 좋다.
사실 이 시절 (90년대 초)은 샘플러로 루프를 돌리는 음악들이 많이 나오던 시절이기도 했다. 컨템포러리 재즈를 한다는 사람들도 이렇게 루프 돌리는 일을 시도했어서 재즈 뮤지션인데 이렇게 루프위에서 즉흥 연주를 잘 하고 깔끔하게 프로듀싱이 되어있는 음악이면 다 좋아했던 것 같다. Brecker Brothers의 “Out of the Loop”라든가 Pat Metheny의 “We live here(1995)”도 비슷한 스타일로 만들었다 볼 수 있다. 내가 즐겨 듣기 시작한 것은 아쉽지만 2천년 중반이라 사실 10년 넘게 철간 음악을 구하기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왔고 그렇다고 내가 덕후 기질이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런 것들을 찾아서 수입할 정도의 추진력도 없었으니까.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었는데, loop라는 게 아무나 연주해서 만들었다고 다 loop가 되는 게 아니고 소리가 뭔가 전에 들어보지 못한 소리인데 매우 찰지고 (=그루브가 넘치는) 듣자마자 뭔가 그 위에 뭘 걸쳐놓고 싶은 생각이 딱 들어야 돈이 되는 loop가 되는 것이라 기존의 컨템포러리 재즈와는 확실히 다른 끌리는 맛이 있다. 그 전 같으면 전주라든가 메인 테마가 귀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어야 했다면 이 땐 loop의 도움을 잘 받으면 나름 반 이상은 성공할 수 있지 싶었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