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5 vs I-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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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중에서 I-5와 I-405가 아마도 가장 많이들 다니는 길이 아닐까 한다. 지도상으로 보면 I-5는 내륙을 지나가고 정체가 매우 심한 LA 중심부를 관통한다. I-405는 바닷가와 가까운 쪽을 지나가는데 거리상으로 보면 분명히 최단 거리가 아니라 돌아가게 된다. 운전해봐도 계속 방향을 바꾸게 되는 것만 봐도 이게 직진으로 최단 거리를 달리고 있는 게 아니란 느낌이 아주 명확하다. 그런데, Google map이 자주 I-405를 타고 가는 경로를 추천해 줄 정도로 I-5의 정체가 극심할 때가 많다.
이 둘의 차이를 이야기하자고 하면 대충 이렇게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
- 길이 제법 지저분하고 달리는 차종으로 볼 때 LA의 엄청난 빈부격차가 느껴지는 길이 I-5이다. 주변 풍광도 뭐랄까 좀 많이 살벌/황량해 보인다고 보면 된다 (대충 Orange county를 만나기 전까지 그렇다).
- Getty Museum을 끼고 올라가고 있다든가 LA에서 잘 알려진 Mulholland drive, Marina del rey라든가 Sunset, Sepulveda/Venice Blvd(이 주변은 안좋다)가 표지판에 나타나면 그 고속도로가 405라고 보면 된다.
사실 도로라는 건 빈자든 부자든 다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보니 I-5를 달려보면 그 격차를 한번에 알 수 있다. 깨진 유리창을 수퍼에서 주는 비닐 봉지같은 것으로 가리고 다니는 진짜 깡통보다도 상태가 안좋아보이는 차부터 람보르기니나 부가티같은 차들도 동시에 보이는 곳이라. 이번에 지나갈 때는 (블랙) 우루스가 앞으로 끼어들기를 했다. 번호판 테두리에 ‘비벌리힐스 람보르기니’라고 씌여있다. I-5를 타고 가다보면 Citadel이라는 아웃렛을 만나는데, 아웃렛이라고 하더라도 여긴 웬지 다른 아웃렛과 달리 분위기가 뭐랄까 좀 쎄한데 이 아웃렛도 LA 카운티에 있는 것이라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I-5나 405를 교통 정체가 없을 때 달리고 있으면 한밤 중에도 대략 80mph를 왔다갔다하는 속도로 언덕과 내리막을 달리면서도 차선을 수시로 바꾸고 있어서, 캘리포니아 시골 동네에서 살살 차를 몰던 사람이 지나다보면 뭐랄까 ‘아 얘들은 차가 좋아서 그런건가 아니면 목숨을 내놓고 달리나’ 하는 생각이 든다. GTA를 제법 해봤다면 안가봐도 잘 알겠지만. GTA를 할 땐 차가 전복이 되든 화재로 전소가 되든 상관없지만, 실제의 도로는 엄청 빡시다라는 생각이 든다. 잘못하면 그냥 골로가니까. 80mph로 달리면서 평지에서 차선 한 개 정도 왔다갔다 하는 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리막에서는 속도가 훨씬 더 붙는데 대충 90mph 정도 (146kmh?) 속도가 붙게 되면 글쎄 나같은 사람은 감속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지만 아무도 감속하고 있질 않으니 불안한 와중에 3차선 이상을 건너가는 놈들까지 만나고 보면 (제법 지상고가 높은 버스가 그러는 것도 자주봤다) ‘운전을 다시 배워야 되는 것인가’와 ‘나빼고 다 오늘만 산다 하는 놈들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로 상태가 아주 매끈해서 혹여라도 타이어가 뜨거나 해서 제어력을 상실하거나 할 일이 거의 없어보인다면 말을 안한다. 여긴 도로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 내리막에서라도 좋으면 말을 안한다. 진짜 한번 달려보면 안다. 물론 이 동네에서 몇 달 살다보면 이렇게 달리는 것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아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고가 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보다 훨 착하게 달리는 곳에서도 시고가 한번 나면 소방차까지 다 뜨고 그동네 교통 체증 유발되는 건 기본인데, 지나가다 보면 이미 차의 앞부분은 운전석까지 다 먹어들어간 상태고 불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그을음도 보여지고 사람을 차량에서 꺼내기 위해 전기톱 (circular saw)가 동원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사상자는 이미 싣고 가서인지 보이진 안지만. 뭘 얼마나 빨리 가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탔거나 아니면 병원에서 회복하고 금전적인 부분을 회복하느라 여러 해 늦게 가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영영 회복이 불가능해졌을 수도 있는 거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고속도로 도로상태가 훨씬 좋고 차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렇게는 잘 안 달린다. 차선도 더 넓고 개수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스피드티켓을 받을 확률도 높고. 로컬에서 이런 속도로 달리면 ㅁㅊㄴ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 말할 필요도 없다. (GTA가 괜히 나온 게임이 아니다.)
도로의 조명상태가 매우 우수하고 기껏해야 80 kmh로 달리면 잘 달리는 서울에서 운전을 오래하다가 갑자기 생판 모르는 미국까지 와서 그것도 I-5/405를 갑자기 달려야 된다 생각하면, 50-60kmh에서 하던 일을 128kmh(80mph)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면 된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여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하고 방심한다든가 또는 mph를 kmh로 잘 못 보고 운전하다가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시기 바란다. 여긴 내 운전실력을 테스트하는 곳이 아니다. 적당히 잘 지나가면 장땡인 곳이다. 괜히 까불면 문제(사고처리/……)가 복잡해진다. 여행으로 와서 그랬다면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영문 모르던 시절에 나도 여행으로 와서 목숨 내놓고 달렸던 것 같다).
정말 이건 이 동네를 지나갈 때마다 빠짐없이 느끼는 점이다.
-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Pasadena 혹은 Glandale이 나타난다 싶으면 정체가 시작된다. Downey 정도 지나가야 길이 뚫린다.
-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간다고 보면 Orange County 경계 (Buena park)쯤 오면 정체가 시작된다. 심하면 그 전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 길이 뚫리면 대충 80mph 놓고 달려야 된다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바보가 되는 수가 있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크루즈 컨트롤을 켜기도 뭐한 게 차선 바꾸고 왔다갔다 하는 놈들이 제법 많다.
- San Fernado에서 Santa Clarita 넘어가면서 경사가 갑자기 급해지는 구간이 있는데 대개 80mph로 달려서 오다가 이 부근에서 급정거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모양이다. 지난 번에 왔을 때도, 또 이번에도 정신차리고 있지 않았다면 사고 날 뻔했다. 80mph로 달리면 그게 언덕이든 비탈이든 제동하는데 제법 시간/거리가 필요한데 (급정거 할 거 아니라면), 다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가 전방의 차량이 급하게 다가오니 다들 급(브레이크)을 때린다. 오르막이라 급정거 할 일은 없겠지 하는 것과 대개 다들 급하게 속도를 줄이니까 대처할 시간이 별로 없다. 더구나 아무도 비상등 켜는 놈이 없다. 다들 와보니 급정거하게 된 거라.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는 놈이 없었다면 일단 한숨 돌릴 수 있는 거고.
또 늘 느끼는 것이지만,
- 운전하는 거 할 만하다고 싶어도 2-3시간 간격으로는 좀 쉬자.
- 뭔가 도로에서 앞/뒤/측면의 차량이 신경쓰이고 공포감(?)이 늘어간다 싶으면 쉬어야 한다. 고속도로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는 게 귀찮더라도 쉬자. (사고가 나서) 죽은 다음에 후회해봐야 의미가 없다.
- 안쉬면 피로가 배로 늘어난다. 왜? 피로할수록 도로에서 (과한 속도로 인한) 공포감이 더 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피로가 더 심하게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