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얻어 타 봤다..

글쎄, 테슬라 모델 3라도 사보고 이런 얘기를 해야 맞을 것 같은데, 얻어타 본 사람의 의견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적어본다. 난 테슬라 빠도 아니고 자동차 광도 아니고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차에 부가적으로 돈 쓰거나 차량 관리를 위해 시간을 쓰는 일을 아주 꺼리는 타입의 사람이다.

대충 배경을 설명하자면 이제 차를 바꿀 때가 되어 이런 저런 차에 슬슬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중이고, 그런 의미에서 차량의 유지비/편의성/가격을 열심히 따지고 있고, 그래서 이런 저런 차를 내가 구입하게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생각하는 중이다. 전기차의 유리한 점이 많고 테슬라가 전기차로 (미국에선) 워낙 보편화되다보니 뭐랄까 나도 한번 바꿔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테슬라의 조립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악명이 높은 것 같은데, 그래도 그 차를 구입한 사람의 수가 어마어마하고 만족하면서 타고 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데, 그 사람들이 모두 차량 조립 완성도 따위는 무시하고 타는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는 내가 아는 지인들도 하나 둘씩 사고 있는 정도다.

거두절미하고 차를 타보면..(내가 타 본 것은 모델 y다.) 1) 차량 자체가 매우 가벼운 느낌이다. 그 어떤 개솔린 엔진 차 (디젤은 말할 필요도 없다)를 타봤어도 이렇게 가벼운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대충 내 경험을 적어보자면 Chevy Impala (구형, 2013)을 타다가 Toyota Camry (2014)를 탔을 때의 느낌보다도 다 가볍단 느낌이 들었다. 2) 엔진이 너무 조용해서 그런가 좌석에서 지면과의 거리가 (소리 때문에) 매우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타이어가 땅을 밟을 때의 소리가 잘 들린다. 3) 워낙 가속 능력이 좋아서 그런가 가속 페달의 반응이 상당히 좋고 빠르다. 4) 단차? 그러니까 차량의 이음새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신경 안 쓰인다. 어디가 문제가 있는지 매일 매일 닦아주며 들여다보면 아마 알아볼 수 있지 싶은데, 그렇게 따지면 일본차든 한국차든 독일차든 문제점이 안 보일래야 안보일 수 없을 거라 본다. 5) 컴퓨터와 그것이 컨트롤하는 모터가 주가 되고 차량 자체는 그냥 껍데기란 느낌을 크게 받는다. 6) 여러 가지 성질을 따져봤을 때 (추운 겨울이 거의 없다시피한) 캘리포니아와 잘 어울리는 차다.

특히 맘에 드는 것은 1) 차 안에 쓸데없는 조절장치 따위가 없어서 간단하고 그래서 내 취향에 맞는다. 난 쓸데없는 기능 때문에 여기 저기에 레버라든가 스위치, 다이얼이 있는 게 참 싫다. 이 차는 그런 면에서 거의 100점 급이다. 2) 간단해 보이지만 차량의 편의 장치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실수할 확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를테면 후진하는 데 후방 카메라만 켜지는 게 아니라 3분할로 차 주변 3곳의 실황이 중계된다. (문제는 운전자가 옛날 운전방식에 적응되서 디스플레이에 보여지는 화면을 안보고 목을 돌려 뒤를 본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차를 오래 도록 운전하다 보면 다시 지금의 개솔린 차량을 운행하기가 많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가져본다. 마치 지금 사람들의 스마트 폰을 빼앗고 그 옛날 피쳐폰을 쥐어주면 보게 될 ‘환장’하는 상황처럼이나 말이다.

뭐랄까 차량의 미니멀리즘? 전기차라고 해서 이거저거 티나게 장치를 여기저기 붙여놓은 것보다 미니멀리즘으로 딱 필요한 것만 있는 듯 없는 듯 해놓은 게 맘에 든다. 모 회사의 최근 전기차를 보니까 차량 내부 좌우측에 별도의 디스플레이를 붙여놓고 사이드 미러 자리에 대놓고 카메라를 박아넣은 걸 보면 한심하단 생각이 든 것과 같다. 차 닦기 힘들게시리. 차량 내부 청소를 하다보면 이것 저것 붙여놓은 게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 그 안에 먼지가 잔뜩 끼고 청소도 하기 힘들게 되어있다. 테슬라는 그런 면에서도 또 100점을 주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전기차가 좋긴 하지만 개솔린 차량 대비 엄청난 장점이 있다고 보긴 뭐하다.

가격으로 보면 비슷한 크기의 럭져리 차량을 사고도 남는 가격이다. 하지만 그런 프레스티지를 주긴 뭐한 차다. 문제가 생겼을 때 들어가는 비용을 봐도 럭져리 차량 급으로 나온다. 보험료도 그렇고. 상대적으로 기계적인 복잡도가 높지 않으니까 고장 확률이라든가 고장이 발생할 부분도 상대적으로 낮지 싶긴 하다만. 대개 차량가격만 생각하는데 long range를 대부분 선택하고 full self-driving을 많이들 선택하는데다 tax와 각종 fee를 집어넣으면 6만불은 그냥 넘어간다. 거기에 충전기라든가 구형 주택이라면 뭔가 (전기)공사를 해야 되는 거라든가 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거라든가 다 따지면 딜러한테 가서 차량 가격 할인받고 이것저것 싸게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개솔린 차량과 1:1 가격 비교가 어려운 것이다.

일단 차량을 구입하고 나면 그 이후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실사용자 말곤. 그런 비용이 개개로 따지면 작은 금액이다보니 전체 합산에 반영을 안하고 한꺼번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최근의 전기차 경쟁이 가속되고 있는 분위기를 보면 구태여 지금 테슬라를 구입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 전기차에게 주는 혜택은 거의 다 없어졌다. 만일 지금 개솔린 차를 구입하더라도 전기차가 대세가 되는 시점이 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라 그 때 까지 타더라도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기름값이 좀 오르고 있다 뿐. 그래봐야 차량 가격이 이미 높은 상황이고 장거리 운행을 하는 게 아니면 전기차 충전을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해보면 별 다른 (금전적인) 이득은 없다.

어제 고속도로에 나가보니 도시 외곽까지 많이 돌아다니던 차는 토요타 프리우스 였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뛰어난 연비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좀 더 밖으로 나가면 신기하게 타코마나 램같은 트럭(얘들이 자주 치고 나와서 강한 인상을 준다), RAV4(는 워낙 많이 팔렸으니)라든가 Highlander 였다. 물론 테슬라 모델3도 자주 보이고 장거리 운행시에는 모델 S도 자주 보인다. 바깥 차선으로 나가서 미친 듯이 추월하는 애들은 이상하게도 고성능 차량이 아닌 spark/trax처럼 추월 좀 하려면 전력 질주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다.

또 신기하게도 Dodge Charger라든가 Ford Mustang, Chevy Camaro도 은근 자주 보인다. 물론 그렇지만 장거리 운전을 대략 80 mph로 놓고 달리다 보면 딱히 Accord나 Camry가 되었다고 해서 힘이 딸린다거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왜? Prius같은 애들도 신나게 잘 달리고 있으니까. Prius를 한번이라도 운전해 본 적이 있다면 더 이상 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세상에 이렇게 힘 안나는 차도 있나 했었다 난..Power mode에서 운행했다 Eco mode에서 하도 놀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