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rum 6개월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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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drum을 구입한 것은 작년에 가장 잘한 소비중에 하나다. 그 전부터 edrum하나 갖고 싶었던 생각은 있었는데 혹여나 소음이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해서 망설였던 그 모든 시간이 아쉽다. 그렇게 고민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얼렁 먼저 구입부터 하고 그 다음에 문제를 해결해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왜 빨리 시작할 수록 빨리 잘하게 되고 빨리 더 많은 음악을 즐길 수 있을테니까.

좋은 점

진짜 이걸 왜 이렇게 늦게 구입했나 싶다. 교본을 가지고 연습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테크닉을 연습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평소 알고 있던 음악들을 연주하다보면 듣는 실력이 늘고 그래서 팔다리를 쓰는 능력도 좋아지고 악기 다루는 능력도 좋아지고 전반적으로 서서히 좋아진다. 그것을 아주 잘 느낄 수가 있다.

왜? 분명히 같은 곡을 듣고 연주한다고 하더라도 어제 듣던 것과 오늘 듣는 것이 다르고, 그래서 어제 두들기던 것과 오늘 두들기는 것이 분명히 다르다. 힘도 더 좋아지고 컨트롤도 더 잘 된다. 그래서 내가 더 잘 듣게 되었다는 것에 놀라고, 팔다리를 더 잘 쓰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왜 이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을, 또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여태 모르고 있었나 싶어 또 놀라고. 그렇게 놀라는 것의 연속이다.

더구나 드럼치는 능력은 단순히 연습만 많이한다고 좋아지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는 것이, 어차피 듣는 능력이 좋아지지 않으면 아무리 복잡한 패턴을 반복해서 연습한다고 하더라도 잘 익혀지지 않을 뿐더러 어차피 곧바로 잊게 되고, 그래서 그렇게 며칠 후에 드럼 앞에 앉아봐야 여전히 같은 수순을 밟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프로가 되려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압박을 받을 이유도 없고 스스로 너무 빨리 잘하려고 다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듣고 따라치고 또 혼자 쳐보고 하다보면 서서히 좋아지는 것을 귀보다 몸이 더 먼저 알게 된다.

가장 좋은 점은 막연히 드럼은 아무나 치는 게 아니구나 하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타라든가 베이스/키보드를 하던 사람이 드럼을 하면 오직 드럼만 하는 사람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왜? 그동안 들어온 음악의 폭이 넓고 음악의 흐름에 더 민감하다. 또 박자를 세지 않아도 어떤 흐름으로 가고 왜 그렇게 만들어놨는지 이해를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한 가지 악기만 고집하지 않는 사람들이 갖는 장점이다. 시야가 넓다는 거다. 한마디로.

물론 드럼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의 음악은 감히 흉내도 낼 수가 없다. 괜히 이들을 천재라고 하겠는가? 그것은 어느 악기를 다루든지 일어나는 일이니까.

소음 문제

드럼을 두들길 때의 소음은 생각보다 작다. 다만 이게 드럼을 지탱하는 프레임을 따라서 바닥으로 전달되는 부분이 좀 있다. 킥드럼을 밟더라도 바닥을 타격할 정도로 세게 밟아지진 않아서 층간 소음을 유발할 수는 없는데, 마찬가지로 킥드럼의 스탠드를 타고 진동이 바닥으로 전달된다.

대부분 ‘탁탁탁’ 의 소리다. 고무판에 연습을 하고 있었다면 그것과 사실 많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스텐드를 진동 전달이 덜되는 푹신한 소재위에 놓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 소음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생활 소음으로도 진작에 문제가 되었어야 한다.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다고 하면 모를까 이 정도 생활 소음은 지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본다.

그게 아니라 정말로 소음을 크게 내고 있는 거라면 드럼 치는 습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공간 문제

대충 1.3 x 1.3 m^2 의 공간은 요구된다.

음원 문제

자체 드럼모듈의 소리가 너무 안좋으니 소형 PC 하나는 두고 kontakt로 드럼 라이브러리 같은 것을 로딩해서 쓰는 게 아마도 가장 흔한 사용 방법 아닐까 한다. 나처럼 데스크탑을 옆에 놓고 쓰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로직의 드럼 음원은 뭐랄까 edrum에 맞춰져 있진 않은 듯 하다. slate drums이 가장 무난하다고 본다. 아니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하다.

더블 베이스 드럼

더블 킥 연주를 원한다면 아예 구입시에 페달을 그렇게 구입하길 권한다. 왜 싱글 페달이 default로 되어있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 이것은 그냥 무용지물이다.

내구성

내가 봤을 때 내구성 매우 훌륭하다. 힘조절이 안되서 mesh를 찢어먹은다고 해도 아직 메이커가 건재한 이상엔 따로 주문해서 구입하면 되는데, 아무리봐도 찢어먹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아보인다.

실제 드럼 연주시의 이질감

이거 걱정하는 사람들 꽤 많은데, 어차피 악기가 바뀌면 그 악기의 성질에 적응해야 되는 게 일반적이다. edrum과 찐드럼(=어쿠스틱 드럼셋)의 차이는 그것보다도 크니까 적응해야 된다. edrum치는 식으로 찐드럼을 치면 분명히 다른 소리밖에 나올 수 없다. 그렇지만 찐드럼이 아니니 edrum은 의미 없다? 개소리다. edrum을 칠 때는 상대적으로 악기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 찐드럼보단 덜 민감해지는 것 뿐이지 팔다리를 쓰지 않고 연주하는 게 아니다. 나름 velocity도 다 있다. 물론 그게 찐드럼에 비해서 너무 이상적으로 좋은 소리가 난다 뿐이지.

edrum이 찐드럼과 달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찐드럼 앞에 데려다 앉히면 잘하게 되나? edrum을 칠 때의 나쁜 버릇 때문에 찐드럼을 영영 못하게 되나? 다 개소리다. 진짜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그럴 일이 없지만) 적어도 듣는 귀를 개발하는 데 있어선 이만한 게 없다.

6개월간 가지고 놀면서 느낀 점

음악을 그냥 앉아서 듣지 않고 몸(?)으로 들을 수 있다. 예전에 솔로악기를 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드럼을 치면서 보컬과 play along하는 것 보다 기타 솔로가 나올 때의 드럼 연주가 가장 신난다. 보컬이 좋은 밴드에서 드러머로 있는 것도 좋지만 진짜 좋은 기타 플레이어와 같이 밴드를 하는 것이 드러머 입장에선 분명히 더 재미있겠구나 하는 것을 (나는) 느꼈다.

대개 잘한다 못한다의 구분은, 아마추어 세계에서는 박과 음을 제대로 낼 수 있냐 못 내느냐의 차이다. 그보다 더 높은 뭔가 (테크닉/세밀함)는 바라지도 않는다. 아마추어 세계에서 대부분 박과 음도 제대로 못내는 게 흔하니까. ‘잘한다’하면 박자와 음의 싱크로율이 최소 80% 이상은 되는 연주자를 말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대충 연주해도 나머지 주자들이 제대로 눈치를 못 챘겠구나 하는 것이다. 대부분 본인들의 연주가 틀리거나 잘못될까봐 집중하는 면이 커서 드럼 따위, 뭐 이를테면 플로어 탐을 두들겨야 되는 걸 스네어로 쳤다든가 하는 차이쯤은, 또 킥드럼 몇 방 덜 나갔다고 해서 눈치채는 이들은 거의 없지 싶다. 박이 나가버리거나 하지 않는 이상엔. 이와 달리 기타나 보컬은 이 정도의 실수나 차이는 곧바로 드러나는 거라 늘상 후달려야 했겠구나 싶다.

요약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