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도와주기..

가까운 이웃은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말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배웠던 것 같다. 그 의미나 내용 따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듣는 것이니 그저 그런 글귀들을 얼마나 많이 암기하고 있느냐 알아보기 위함이었지 싶은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이런 것 쯤이야 다 알고 입학하는 시절에 살았으니까.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 그렇다 할 뿐.

내겐 7년 넘게 이웃으로 있는 분이 있다. 휴일을 맞이해서 이분이 운전해서 대충 1시간 거리에 있는 personal storage에 본인 물건들을 가져다 놓겠다기에 재미삼아 같이 다녀왔다. 막상 가보니 내 도움이 없었더라면 시간이 배 이상 들었겠지 싶다. 운전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떠들고 가느라 왕복 2시간 여의 운전도 지겹지 않았을테고. 나 역시 평소 갈 일 없는 곳을 지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들도 새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그 기억이 달콤했던 쓰디썼던 것이었든. 그렇게 나름 뇌에 새로운 자극도 주었으니 잘 되었다 싶고.

한편으로는 난 이렇게도 할 일이 없는 사람인가? 고작 이런 의미없는 일을 하느라 주말 3시간을 그냥 날려먹는 것인가? 내가 이렇게 한가한 사람이었나? 과연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려고 이 모양 이꼴인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흘렀다. 나란 사람이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나란 사람의 그 흔한 주말 오전 시간이란 게 뭐 대단한 거라서? 일어나기 싫어서 침대에서 뒹굴고 있으면 무의미하게 흘러갈 3시간인데.

겨우 주말 오전시간 3시간만을 사용했을 뿐인데, 그렇게 같이 일하면서 좋은 추억이 생겼구나, 오가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통해서 달고 쓰고 했던 옛날 기억들 떠올리고 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오히려 얻은 게 더 많았다. 그렇게 별 것 아닌 것들이 그렇게 쌓이면 그게 다 소중한 추억이고 정이고 하는 것인데.

어차피 다시 거들떠 볼 일 없는 (차라리 그냥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은) 개인 물품을 그 먼곳까지 가서 이런 저런 수고를 해가며 가져다놓는 정말로 의미없는 일을 한 것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인생이란 것 자체가 사실 의미없는 일이긴 하지만. 고작 100년도 안되는 시간을 자기 생각대로 살아보겠다고 살아있는 동안 내내 미련하게 아둥바둥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