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킥 드럼 연습: 한달째?
on
대략 한달째 더블 킥을 연습하고 있다. 매일 매일은 못하고 3-4일 간격으로 한번 씩 하고 있다. 그냥 무식하게 8비트로 처음부터 끝까지 밟기만 하는 곡을 발굴해서 연습하는데, 드럼에 대해서 조언을 주는 측에서는 이게 가장 쉬운 곡이라고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나 근력이나 지구력, 순발력이 딸리는 초보자의 입장에서 4-5분 동안 쉬지 않고 최대한 템포를 놓치지 않으며 밟고 있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겨우 한달 정도 지났는데 박자의 정확도는 그렇다 치고 이제 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겨우 겨우 밟아낼 수 있는 정도다. 신기하게도 좀 쉬고 난 뒤에 앉으면 최소한 1분 정도는 자세라든가 박이 흐트러지지 않고 쉽사리 밟아낼 수 있는데 그 후로는 지나면 박이 심하게 절기 시작하고 강도도 떨어지고 패달에서 발의 위치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렇게 4-5분을 억지로 버텨낸다.
처음에 시작했을 땐 1분도 버텨내지 못했을 뿐더러 박자도 저 세상 박자였으니까 정말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은 맞다. 일단 이렇게 정박으로 끝없이 때려대는 것에 익숙해져야 그 다음엔 좀 더 더블킥 다운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드럼을 치는 일은 다른 악기보다도 더 신체에 의존하고 있고, 신체 기능(근력, 순발력)의 발전이 두뇌 발전 (더 어려운 박을 듣고 외우고 조합해서 연주할 수 있도록 신체를 제어할 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오고 그것이 다시 신체 기능 발전으로 선순환되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신체 기능이 좋아질 수록 더 어려운 리듬을 더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고 어려운 리듬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되면 더 복잡하고 어려운 리듬도 듣고 외울 수 있게 된다. 일부러 연습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꾸준히 이런 저런 노래를 들으며 따라 연주하면 말이다.
난해한 곡이면 악보를 보는 것이 좋겠지만 들리지 않는 것을 악보를 보고 알아내고 신체와 두뇌의 능력에 그에 따르지 못하는데 억지로 그것을 연주하려고 연습하고 하는 일은 별로 좋지 못하다고 본다. 그냥 재미삼아 즐기면서 천천히 해도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되는 것인데, 억지로 어깨에 힘 잔뜩 들어간 상태로 언제까지 뭘 어떻게 달성해 내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밀어부쳐봐야 힘만 들고 나아지는 것도 없으면서 멘탈만 무너질 뿐이다. 난 기타를 그런식으로 (안되는 것은 되게하라 식으로) 연습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왔어서 한심스럽기만 하다. 그냥 재미있게 조금씩 조금씩 했더라면 지금쯤이면 뭐든 여유롭게 해낼 수 있을텐데 뭐가 그렇게 급했던 것인지.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고도 남은 것은 죽도록 연습했던 연습곡과 연습 패턴뿐이다. 이 정도의 경지면 어디 가서 어떤 음악에도 어떤 밴드와도 잘 어울리게 연주할 수 있을 정도여야 됨에도 불구하고. 고작 집에서 그 옛날 열심히 연습했던 것들만 떠올려서 손만 풀고 있을 따름이니까.
이미 뮤지션이 되기엔 진작에 글렀거니와 뮤지션이 될 수 있는 소양을 타고 났다면 지금까지 멍하게 살아오지 않았을 거다. 어차피 될 놈은 되는 세상. 안되더라도 기죽을 필요없이 그냥 맘편히 살면 된다. 천부적인 소질이 안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