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기가 요새처럼 쉬웠던 적이 있었을까?
on
아주 옛날엔 영어를 배우려면 교습 테입을 구입했거나 학원을 끊거나 여유가 있다면 원어민과 1:1 대화를 했거나 했었지 싶다. 인터넷이 좋지 못했을 때는 AFKN을 매일 같이 듣고 보고 했고 그 이후로는 인터넷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각종 영어 교재들을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사실 이전에 있던 매체로서 존재하던 영어교재는 무의미해지고 비록 단 방향 (다운로드)이긴 하지만 살아있는 영어를 늘 접할 수 있게 되었지 싶다. 이게 불과 30년도 되지 않은 일이지 싶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으면 원어민 수업이 가장 좋다고 본다. 나이가 아예 어리다면 원어민 아이와 노는 것만큼 좋은 게 없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아예 원어민이 다니는 학교에 같이 다니는 것에 비할 바가 없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나서 원어민이 하는 수업을 듣는다 치면 비용이 제법 드는데다 그 때문에 같은 반에 제법 많은 사람들과 들었어야 했어서 강사를 독차지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원어민이 이야기하는 것을 온종일 내내 듣는 것만도 못했지 싶다. 그러니까 1:1로 대화하는 게 아니라면 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수업이라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되도록이면 원어민 강사를 독차지 하는 정도의 열정이 아니면 제대로 얻어건지기가 쉽지 않았단 말이다.
여기서 또 발생하는 문제는 그 원어민과 나의 코드가 잘 맞지 않으면 대화가 내내 딴 곳으로 떠버리거나 내가 집중하기 애매한 쪽으로 흘러서 어떻게든 둘 다 흥미가 있는 방향으로 화제를 끌고가려면 제법 신경을 써야만 한다. 물론 이렇게 된다 치더라도 원어민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든가 아니면 한국 사람의 영어 표현/발음에 너무 익숙해져있으면 학습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도 잘 고려를 해야 한다. 국내에서 배운다 치면 이게 가장 걸림돌이 된다. 사실 한국에 사는 원어민이 한국인 발음이나 말하는 습관에 대해서 대개는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학습자가 한국인스러운 습성이 많이 베어있더라도 그것을 당연스럽게/제대로 된 영어인양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언어라는 게 문화에 지배받는 부분이 크다보니까 원어민 선생님이 같은 문화에 익숙해있으면 학습자가 보편적인 영어를 구사하게끔 지도하기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단 말이다.
적어도 지금은 유튜브 덕택에 듣고 이해하는 쪽의 학습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더구나 관심분야가 확실하다면 같은 관심분야를 가지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을 아주 쉽게 찾아들을 수 있으니까 비단 미국식 영어 뿐 아니라 유럽인이 구사하는 영어, 또는 그외의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의 영어 구사 패턴에 대해서도 학습할 수 있게 된다. 아쉽지만 미국/영국식 영어 또는 비교적 표준(?) 영어 스타일을 따라가는 유럽지역의 영어가 아니면 잘 알아듣기 쉽지 않을 뿐더러, 아시아 지역의 영어들은 솔직히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해야할 것 같다.
이것은 인종이나 지역적인 차별을 염두에 둔 말이 아니라, 적어도 한국에서 오래도록 교육을 받았다면 (한국인이 아닌 다른) 아시아인이 구사하는 영어발음이나 습관에 익숙하기가 쉽지 않아서 말을 알아듣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그런 습관이나 발음 문제들이 오래도록 발목을 잡고 있어서 귀로는 미국/영국/유럽의 영어에 더 익숙할지 몰라도 그 자신이 말하는 영어도 제 3자의 위치에 놓이게 되면 다른 아시아인의 영어와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힘든 것이고.
사실 한국의 교육과정에 따라서 영어를 배운다고 하면, 처음엔 단어라든가 어순, 문법의 문제에 휘둘려서 내내 어렵다 어렵다 하게 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 동등한 수준의 문장을 빠르게 작성할 수 있어야 되고 또 그렇게 말 할 수 있어야 된다. ‘해야만 한다’가 아니라 살아가려면 할 줄 아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할 뿐이다. 문제는 아무리 영작을 그럴싸하게 잘 할 수 있더라도 잘 말하지 못하면 결과는 영작을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결국 발음과 억양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나 어쩌다 영어 잘한다를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일이 되고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사실 일상의 업무 또는 과제가 되지 못하고서 영어를 잘 쓰고 읽고 말하고 듣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도 적어도 원어민 친구를 두고 있지 못한 이상에 영어를 매일매일의 일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관심분야를 정해두고 영어권 유튜버의 채널을 꾸준히 구독하는 것은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본다. 반도 못 알아듣든 반의 반도 못 알아듣든 상관없이 매일 매일의 일과로 하다보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귀로 들은 풍월로 내 발음도 교정하고 둔감했던 내 귀도 점점 민감하게 만들 수 있고, 얻어들은 문장의 쪼가리를 이용해서 빠르게 글을 쓰고 빠르게 말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다만 이런 매일 매일의 노력이 그것의 전체적인 실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좋아진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아무리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한 때 잘 했다고 하더라도 못해도 한 두달, 아니 여러 달 손을 놓고 있었다면 한 때 잘 했던 그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이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된다. 마치 운동 능력이나 다름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하나 더해서 나의 운동 능력이란 게 매일 같이 열심히 수련했다고 하더라도 그 도달 가능한 수준이란 게 원래 좋은 운동 신경을 타고 난 사람, 어려서 열심히 운동한 사람에게 미칠 수 없는 것과 같이 영어도 아무리 매일 같이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모국어로서 영어를 하는 사람을 능가하기 어렵다. 그래도 적정 수준의 능력을 늘 유지하고 있으면 그 이득이란 건 말로 다 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 있어서 매일 매일의 영어 구사 능력의 수준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유튜브 만한게 없다 싶다. 괴롭더라도 1-2시간은 영어권 사람들의 컨텐츠를 꾸준히 섭취하고 못해도 한 주에 한번은 영어로 떠드는 시간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도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는 매우 명확하고 그것이 비록 처참할 지라도 세계 시민으로서 세계 공용어를 읽고 듣고 말하고 쓸 수 있다, 적어도 다른 세계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