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여러 대의 머신을 관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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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어려 배운 도둑질(?)이 이런 거라 결국 지금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든 학교에서든 귀찮은 잡일에서 손을 떼게 되는 것은 성실하게 잡일을 해줄 누군가를 팀원으로 맞이할 때다. 대신 ㅂㅅ들만 트럭으로 받게 되면 정반대의 결과를 보게 된다만.
학교든 회사든 잘 굴러가는 곳은 이런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어디가서든 잘났다고 머리 좋은 척 하며 말 많은 놈들이 많은 회사가 아니라. 아쉽게도 나의 삶에서 이런 순간을 맞이 한 적은 없었다. 그냥 그 모든 일들에 순간적으로 넌더리가 나서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나오기만 했을 뿐. 이렇게 ‘그래. 니들끼리 잘 해봐라’의 역사를 한 때는 제법 썼던 것도 같다.
어제 잠결에 들은 옹고집전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 이야기가 뜻하는 바가 누군가가 일종의 개과천선을 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가 아니라, 이 세상에 나를 대체할 존재들이 많아서 내가 사라지는 즉시 나의 역할은 대체 될 수 있기에, 마치 이 세상에 대체불가의 유일한 능력자라도 되는 양 까불거나 온 세상 잡일을 다 어깨에 짊어진 양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란다. 글쎄 뭐랄까 이런 진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자주 마주하거나 각성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세상의 사람들이 수도 없이 반복해왔던 삶의 패턴,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인생,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인생과 그들의 심리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짓을 하다보면 정작 내 삶에 있어서는 그들의 실수라든가 잘못을 어떻게 피하는 방향으로 살려고 하다보니 삶이 그야말로 무미건조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까, 때로는 세상이 나를 위해서 돌아가는 것인 양, 내가 다른 이들의 짐을 짊어지고 대신 걸어가고 있는 양, 엄청나게 중요하고 의미있는 인간이 된 것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야 삶의 의미라든가 살아가야 할 의미, 힘을 내야 할 이유라는 것도 것도 부여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이고 지금 당장 쓰러져서 죽어도 살아있는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든 살아갈테고. 이런 그리 대단하지 않은 이치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서도 수도 없이 마주쳐왔으니까.
아무리 그래봐야 내 눈이 바라보는 이 세상은 내가 그 공간의 중심에 있는 세상일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시각이며 생각, 삶 따위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나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물질이든 시간이든 유한하다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 아닌가? 당장 내일 죽게 된다면 지금 흐르고 있는 1초 1초의 가치는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니까.
그럴 수록 소중하고도 소중한 나 자신을 내 삶의 무대의 정 가운데에 뙇 두고 내가 만드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살게 해야한다. 어리석은 중생처럼 살아가야 이 영화는 재미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왜? 난 붓다도 예수도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까. 내 삶이나 말과 행동이 그들이 뭔가를 깨우친 이후의 ‘거룩한’ 삶일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주인공이 주인공으로써의 책무 -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떠안고 그것을 해겷해나가야 할 의무, 아니면 나를 바라보는 내 자신에게 무한한 재미를 가져다 주어야 할 의무 - 를 가슴속에 가지고 있지 않다면 무슨 목적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그저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십 억의 인간 중 하나에 불과하고, 그저 고만고만한 인간의 평범하디 평범한, 비루하다면 몹시도 비루한 삶 중 하나에 불과하고, 그래서 지금 살아있거나 아니면 당장 죽어버리거나 이 세상에서 봤을 땐 아무 상관없는, 이 세상의 어떤 변화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꼭 그렇게 되세겨야 할 필요가 있을까?
등장인물도 감독도, 그리고 관객도 오직 나 하나인 나란 사람의 기나긴 일대기적인 영화를 연출하고 연기하고 감상하고 있는 중이다. 무슨 살아있는 과정 그 자체가 누군가의 모범이 되어 그동안 살아왔던 모든 인간들의 생을 통해 얻어진 모범 답안을 적어내는 기나긴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게 아니다. 때론 어리석은 짓도 하고 참담하게 실패도 했다가 그것을 과감히 극복해내고 잠시 그 기쁨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그래야 제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