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e/open-mpi

SGE라는 것을 여태도 쓰는 사람들이 있긴 한가보다. 아니 그렇게 쓰는 곳이 제법 있다. 세상이 정말 빠르게 많이도 변했지만 80년대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 90년대 식으로.. 그렇게 그렇게 2021년을 살고 있다.

요새 나오는 OS에는 open-mpi라든가 nfs, nis를 그냥 자동 구비해서 나오는 것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대개 별로 설치를 해야 하거나 했는데 기본적으로 지원을 해주니 참으로 편할 밖에. 물론 그것의 총아인 MacOS도 있지만 MacOS도 요샌 새로운 다른 것들을 반영해야 될 것이 많은지 사실상 homebrew에게 많은 것을 넘겼다고 보여지기도 하고. 어쨌든 이 컴퓨팅 세계는 모두가 다 발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 참으로 고마울 뿐이다. 갑자기 생각난 유틸리티 하날 쓰기 위해서 작게는 2-3분 많게는 2-3일을 허비할 때도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은 2-3초안에 해결할 수 있는 지금의 세상이 감사하기 그지 없을 뿐인 것이다.

물론, 내가 뭔가를 이렇게 해결해놓고 가능하게 해놓았다고 해서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 세계는 남들이 별로 관심있어 하는 분야가 아니고 그럴 수록에 수요도 별로 없다. 그래도 신기하게 인터넷을 통해서 이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누군가가 컴퓨터와 함께 열심히 일을 해놓은 것이니까 고마울 수 밖에.

mpi의 경우는 예전 같으면 daemon을 띄워놓고 메시지를 주고 받고 일종의 서버/클라이언트 처럼 돌았는데, open-mpi는 그런 것없이 ssh로 패스워드 없이 그냥 로긴할 수 있게 되어있는 상황이면 그대로 묶어서 돌 수 있게 해놓았다. 물론 그 머신들이 아무 문제없이 병렬처리를 수행하게 하려면 공통이 되는 라이브러리등은 쓸 수 있게 되어있어야 하니까 여기서 여러 가지 제약이 발생하긴 하지만 daemon도 필요없이 간단히 돌 수 있는 데 뭘 더 바라겠는가.

코어수가 많은 CPU도 이젠 흔해졌고 웍스테이션 급의 장비도 가격이 많이 싸져서 장비의 개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도 mpi로 병렬처리를 할 때의 효율은 정말 엄청나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날 걸쳐서 얻을 수 있던 결과를 단숨에 얻어내고 보면 허무한 생각이 들게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따위 누군가는 눈 한번 깜빡이는 동안 다 해낼 일인데 왜 이 공을 들이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럴 수록에 자뻑에 빠져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거라고 본다. 어차피 멀리 떨어져서 나란 존재를 관찰해봐야 수 많은 우주 먼지 하나에 불과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이니까 스스로에게 자뻑을 심어줘야 그래도 기운 나서 살아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세상의 먼지 한톨도 안된다 생각하는 타인에게도 삶의 희망을 심어줘야 하고 말이다.

오랜만에 Amy Adams의 “Happy working song”을 듣고 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이 코믹하고도 재미있는 목소리에 심하게 매료되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르는 이들이 아무리 많아봐야 뭐할까? 내 귀엔 이 노랜 Amy Adams가 아니면 다른 주인이 있을 수 없겠구나 할 뿐인데. 내가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내가 아니면 이렇게 해낼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