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치는 일의 즐거움

드럼치는 일이 즐거운 이유는 아마도 드럼이란 악기가 솔로악기라기 보단 밴드 악기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른 이들과 연주를 함께 한다는 그 즐거움 때문이다.

솔직히 기타를 미친 듯이 칠 땐 기타에만 몰두해야 하고 박이 나가는지 음이 나가는지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것을 계속 신경쓰고 있어야 되니까 다른 주자들이 뭘 연주하는지 사실 관심도 없다. 물론 엉뚱한 프레이즈를 치고 있다거나 음이 나가버린다거나 하면 단박에 알 수 밖에 없지만, 그것도 사실 보컬이 아니고 보면 별로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그만큼 볼륨을 높여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드럼칠 때 가장 즐거운 부분은 솔로악기가 열연을 펼치고 있을 때다. 잘 알려진 대중 음악에서 드럼이 솔로를 펼치고 다른 악기들이 배킹을 해주는 곡은 재즈말고는 드문 편이라 드럼은 늘 뒤에서 단단하게 분위기를 잘 잡아주고 있어야 한다. 드럼이 잘 하면 다른 맴버들은 ‘흥이 난다 흥이 나’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이나 중요하지만 드럼도 마찬가지로 기타와 같은 솔로악기들이 잘 하고 있으면 그 즐거움이란게 엄청나다.

비록 드럼이란 악기가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가 아니지만 선율악기 주자들과 잘 호흡을 맞추고 있으면 더 이상 즐겁고 뿌듯할 수가 없다.

그러나..내 인생에서 밴드활동의 기회는 결혼+육아+돈벌이로 학교를 졸업하고나선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