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을 울려대는 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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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 때도 도로가 아닌 행인이 가깝게 오가는 곳에서 대놓고 경적을 울리거나 하는 일은 드물게 일어난다. 그래도 드물게 용자들 중에서는 쇼핑몰 주차장 같은 곳에서 행인에게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대는 것을 드물게 볼 때도 있다. 어디서든 행인이 더 큰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한 이들이 저지르는 일이라고 받아넘긴다. 어차피 그걸로 얼굴 붉혀봐야 좋을 일 없으니까.
사실 한국에서 그런 짓을 하면 총맞을 일은 없으니까 그저 욕먹을 각오, 심해야 멱살잡이 정도 예상할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 황량한 곳에서 나와 살고서는 horn을 함부로 쓰는 용자는 정말 드물게 본다.
왜? 괜히 그랬다가 골로 가시는 수가 있으니까.
어젠 장을 보러가서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내리는데 어떤 ㅁㅊ놈이 바로 앞에서 경적을 크게 두 번 울려대는 경우를 봤다. 잘은 모르지만 차 상태를 봐서는 Porsche Cayenne을 최근에 뽑은 놈 같은데, 근처에서 누군가가 주차한 차를 빼고 있는 것을 보고 경적을 울려댄 것이다. 바로 앞에서 차를 빼고 있던 것도 아닌데. 물론 이러한 경우 사고가 나게 되면 차를 빼는 이가 어떻게든 손해를 보는 세상이긴 하다.
Porsche Cayenne을 보면 차량 가격은 제법 있는 편이긴 하지만 이 지역에서 그다지 고급차라고 보여지기도 뭐한 차이기도 하다. 막말로 ‘나 Cayenne이야 까불지마’ 하는 게 안통한다는 말이다. 자유로에서 칼치기를 밥먹듯 하는 수퍼카도 아닌 세단들 처럼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차량 가격의 1/4 혹은 1/5 혹은 그 이하의 차량들을 몰지만 좀 괜찮은 차를 탄다 그보다 훨씬 비싼 차들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되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지인이 차를 산다고 해서 Porsche dealership에 가서 구경했던 바로는 그 좁은 동네에 있는 유일한 매장에서 뭔가 계약을 하려고 와 있는 이들이 모두 중국인들이었단 것이다. 본인들이 벌어서 사든 부모가 사주든 내 알 바 아니지만 말이다.
마찬가지로 이 용자는 누구신지 차에서 내리는 분의 고고한 자체를 관찰했는데, 총알은 고사하고 형님의 멱살잡이 한 번에 나가 떨어지고도 남을, 뭐랄까 뭘로 보나 여러 가지로 상태가 안습이신, 그렇다고 그렇게 어리지도 않으신 중국인으로 보이는 분이 한 분 내리고 계셨다. 적어도 이곳에서 자랐다면 주차장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기개를 보여주진 않으셨지 싶은데, 그래도 다행히도 주차장에서 차를 빼던 분들의 인상으로 보아서 나름 교양이 있어보이는 수더분한 중년의 부부였기에 망정이지, 돈 좀 제법있고 (그래서 변호사비 따위 문제 안되시는) 제법 한 덩치하시는 백인이었다거나 아니면 인상 사납게 생긴, 혹은 오늘만 산다 하는 아미고 혹은 동양인이었다면 그 순간 그 주변 분위기가 온통 아주 싸늘해졌겠지 싶다.
돈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액수가 어느 정도이든 징역으로 떼우든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 다행인데 자신의 수명으로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또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당사자들만 위험해지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문제라. 이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로 깜도 안되는 것들이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경적을 울려댔을 때 돌아오는 상대적인 불이익(총알이든 주먹이든 멱살잡이든)을 충분히 감내할 만한 상황이 아니면 함부로 그럴 수 없으니까 말이다.
무대를 바꿔서 저 남쪽 어딘가에서 이런 일이 펼쳐졌다면 그 날은 그분의 영정사진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참으로 복도 많으시구나 할 뿐인 거다.
나는 인과응보라는 것을 그다지 신봉하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뭔가 선을 넘어서는 행동을 했을 때엔 신의 도움이 없더라도 뭘로 어떻게든 스스로에게 그 응분의 보답이 돌아가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실수였든 아니면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일이든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 일로 이렇게 크게 사람한테 대놓고 경적을 울려대도 되나보다 했을 테니 다른 곳에 가서 똑같이 행동하다 제대로 봉변을 당한다거나 하듯 말이다.
가끔씩 저녁에 차를 몰고 나가면 salvaged 급의 차를 몰고 나와서 미친 듯이 급차선 변경 놀이를 하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럴 땐 점장이가 아니라도 이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다. 차도 안좋거니와 그에 걸맞는 한심한 운전 솜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깜도 안되는 이들이 경적을 울려대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타인은 고사하고 자신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할 차량과 운전실력을 뽐내며 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단 거다. 아울러 아무 죄도 없이 언젠가 피해를 보게 될 희생자들이 누가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기에 왜 내가 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가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뉴스를 열심히 보다 보면 어떤 이의 죽음은 매우 길게 또 안타깝게 보도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의 죽음, 특히나 그 흔한 차량사고로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은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은 다 똑같고, 그들의 목숨은 다 같이 소중하다 라는 말이 참 무의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이들은 세상에 안 좋은 파장을 일으키는 선을 수도 없이 넘어도 멀쩡히 잘만 살아가고 어떤 이들은 아무 잘 못 없어도 근처 타인의 실수 한방에 사라져가는 것들을 보면 말이다.
누군가 인생의 성공은 모두 운이다 라고 하는 것 같은데, 살고 죽는 문제도 운일 수 밖에 없다. 내가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보니 말이다. 운이 좋았다면 타인의 실수나 잘못으로 죽는 일이 벌어지지 않고 단지 내가 살아오는 동안의 업(수명을 단축시키는 행동들)으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살면서 쌓아온 업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장수하는 유전자를 받아 태어나는 행운으로 천수를 누리는 엄청난 복을 누리는 이도 있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오래 살아보겠다고 맞은 백신 때문에 매우 낮은 확률로 죽게 되는 분들을 보면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보통 대단한 게 아닌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stay safe”라고 이야기 하는 게 정말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