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비스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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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comcast라는 케이블 모뎀 사업자가 소위 홈 인터넷을 서비스한다. 케이블 티비를 포함해서.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난 서울에서 광랜이라는 것을 썼는데, 아파트 단지로 광 연결이 되고 그게 집안의 단자함 안에서 각 방으로 배분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2008년부터 쓰다가 이곳으로 이사왔으니까 사실 나에게는 광랜 수준의 서비스는 너무나도 익숙할 뿐더러 직장에서는 그것보다도 더 빠른 인터넷을 사용했던 터라 이곳에 와서 황당한 인터넷 품질 때문에 거의 매일 매일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4G 서비스는 더 말할 필요가 없고 가정으로 들어오던 인터넷도 한국에서 지불하던 비용의 거의 3배 정도를 내면서도 50Mbps를 썼으니까 대략 1/20로 떨어졌다고 봐야 된다. 이곳에서 일하던 회사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은 회사 전체가 당시 내가 쓰던 광랜보다 약간 빠른 정도의 서비스를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부적으로야 GbE를 썼으니까 빠르긴 했지만 외부망으로 연결되는 속도도 한심한 수준이었다. 이곳은 모든 사회 인프라/서비스의 속도가 한국의 1/20 정도 되니까 어느 정도 살게 되면 자동으로 동기화되는 현상을 구경하게 된다. 그러니까, 기대 자체를 아예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뭐랄까 2008년 시절의 데자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말만 데자부이지 2021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서울에서 2008년에 내 방에서 체험하던 인터넷 스피드에 한참 밀린다. 비용은 여전히 두배 넘게 내고 있지만.
이곳은 모뎀 임대료를 비싸게 챙겨가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를 받으려면 필수로 중고로 케이블 모뎀을 구입해야 한다. 이곳에 처음와서 구입했던 모뎀을 거의 10년쯤 쓰고 있는데, 이 역시 황당한 상황인 것이다. 옛날 말에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는데, 지금은 10년이면 세계가 서너번은 바뀌고도 남을 수준인데 케이블 모뎀을 10년이나 같은 것을 썼다는 게 신기한 노릇이다.
기존의 느려터진 서비스를 쓰고 있던 사람들에게 사업자가 나서서 새 서비스를 쓰라고 홍보하지 않는 것도 이 지역의 사업자 경쟁이 심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같은 사업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염가로 풀어도 관심이 없으면 더 형편없는 서비스를 더 많은 돈을 내고 사용하게 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사를 할 때 쯤 되서 인터넷 서비스를 이전하려고 봤더니 더 좋은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쓰고 심한 경쟁탓에 늘 좋은 서비스를 염가로 받고 있는 한국에서 보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린가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아주 흔한일이다.
드디어 내가 2021년에 800Mbps의 (upload는 25Mbps)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를 무려 ‘케이블’로 받게 된 것이다. 광이 아닌 그냥 동축케이블 말이다. 여기서 퐈이버는 아직 많이 비싸다. 유튜브로 사업을 한다면 모를까 이런 서비스는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