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엄청나게 나쁜 공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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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따라 갑자기 공기 질이 개선이 되는 바람에 뭐라 갑자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하늘이 조금만 더 파랗다면 전형적인 이곳의 가을 날씨로구나 할텐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만.
아직도 내륙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인근 지역에 여행가려고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을 취소했다고 하고 있고. 다행히도 이곳은 바다와 인접해서 내륙에서 뿜어져나오는 엄청난 스모크를 인접 내륙 도시들처럼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진 않지만 공기질이 최근엔 매우 나빴던 게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아주 어렸을 땐 불장난에 빠져서 얼굴이 검댕으로 검게 그을리기도 하고 신발 옷을 태워먹기도 하고 앞머리가 그을려서 집에 들어왔던 때도 있으니까, 또 당시 불장난을 하면서 태운 물질들이 단순히 나무 뿐 아니었고 합성수지 등등이었을테니까 몸에 나쁜 연기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였기도 하다. 겨우 300마일 정도 떨어진 곳의 불난리로 날아오는 스모크 따위 여러 날 좀 마셔준다고 해도 직접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할 바 안되겠지만.
대개 이 현상이 심화되는 때는 육지의 기온이 대단히 높을 때, 그리고 밤/새벽에 육지의 스모크가 해안가 인근 내륙으로 몰려드는 듯하다.
즉, 이럴 때는 바닷가 인근이라고 하더라도 밤/새벽에 지면이 많이 식지를 않아서 수온과 큰 차이가 없는 상태가 된다. 대신 온종일 화염으로 끓고 있는 내륙과 비교하면 지면 온도는 낮은 편이라 스모크가 지표면 상층을 뒤덮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침부터 지면이 슬슬 덥혀지기 시작하면 인근 해안가의 기류가 불어들어와 서서히 맑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성질 때문에 내륙은 거의 한 달 넘게 엄청난 스모크 (스모그가 아니라 그냥 스모크가 맞다)에 시달리고 그나마 해안가와 가까운 지역은 새벽엔 스모크로 몹시 흐렸다가 대낮에는 맑아지는 현상을 경험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6월에는 이런 현상을 경험하기 쉽지 않은데 올핸 6월초부터 진작에 몰아쳤고 처음 몰아치던 시절에 밖에서 운전을 할 땐 누군가 바베큐 파티를 거하게 하고 있나 했었는데, 점점 그 강도가 심해지기에 알고보니 그게 인근지역 화재 때문이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벌써 9월에 이르렀으니까 얼마나 탔을지는 모르지만 정말 엄청난 양의 삼림이 타버렸겠구나 싶다. 그렇게 한방에 홀라당 다 태우고 나면 한동안 잠잠했다가 또 울창해지면 또 타고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만, 지금 보면 여름 내륙 기온이 점점 더 높이 올라가서 나중엔 더 태울 게 없어질 정도로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더 태울 게 없으면 좋은 거 아니냐 할지 모르지만 한땐 삼림지역이었던 곳의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이지 싶다. 그러니까 해안가 주변 지역은 기온도 적당히 유지되고 늘 수분을 바다와 육지간 기온차에 의해서 꾸준히 공급받다보니 숲이 울창해질 수 있지만, 내륙은 일부러 물을 끌어다대지 않으면 나무가 자랄 수 없을 정도로 고온 건조해지고 있고 거기에 물 부족으로 이런 문제에 소홀해지다보면 그냥 전부 메마른 땅이 되어버리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