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관찰자의 시각에 바라보기

저명한 학자가 삶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나중에 다가올 어려움/위협의 상황에서 건설적으로 빠져나오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있다.

글쎄 내가 느끼는 것은 이것은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관찰하고 분석할 결과를 타인들의 경험과 대비해 어느 정도 일반화를 시켜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사용하고 있는 단어라든가 문장들이 흔히 듣을 수 있는 법륜스님의 그것과는 여러 차원 다른 레벨의 수준인데다 매우 열을 내고/심각하게 떠들고 있기 때문에 뭐랄까 더 심오하고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 하다. 물론 그러니까 유명해졌겠지만.

이 분의 강의들 여러 개를 다 같이 봐도 내 느낌은 항상 같다. 나이 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꼰대 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그분 특유의 방법으로 잘 포장하고 매우 진지한(심각한) 화법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게 잘 들어먹히고/팔리고 있구나 한다.

이런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 큰 도움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슨 심리일까 생각해보면, 인생의 어떤 문제는 일반화가 가능한 카테고리들로 분류될 수 있고, 각각의 카테고리에 대해서 최적의 솔루션이 있어서 그 방법대로 하면 뭐든 회피/극복이 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즉 인생이란 게 스스로의 지능과 의지를 활용하면 어떻게든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했다면 지능이 부족했다든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나도 30대 초반까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동안 살아오는 동안 잘잘한 문제들이 있어왔고 그것으로 답답했던 적도 많은데, ‘…했다면 …했을텐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가정법 과거완료를 쓰는 미련한 생각들을 했단 것이다. 이미 흘러간 과거를 부정하고 그 가정위에 뭔가 긍정적인 귀결이 있었을거란 생각말이다.

이걸 좀 과하게 얘기하면 지난 주 로또 당첨 번호를 알게 된 상황에서 ‘월요일날 같은 번호의 로또를 샀다면 난 당첨이 되었을텐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더 나아가서 이 분의 강연 역시 인생을 경험할 만큼 보고 듣고 하고 나서 ‘니들이 …할 때 …한다면 분명히 나아질 수 있어’하는 것도 같은 노릇이라고 본다.

뭐랄까 이 사람의 말은 ‘인생 실패에 대한 예방주사’ 내지는 ‘인생 치트키?’, ‘life trouble shooting manual’처럼 들릴 수 있는데 듣다보면 너무 지루해진다. 열을 내면서 이야기할 때 튀어나오는 일반인의 언어에 비해 살짝 고급스러운 어휘선택, 문장의 적확함에 탄복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중생들이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평범한 진리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니까.

중생들이 괜히 중생 소릴 듣는 것인가? 마치 중생이라고 하면 한참 미련한, 그러니까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뭐랄까 지식인 소릴 듣는 사람들의 지능에 한참 미치지 못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지만,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인해서 그 쉬운 인생의 진리하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그러니까 성인의 레벨에 들지 못하는 99.999%의 사람들을 말하는 것 아닌가?

중생의 삶은 중생의 삶 대로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는 몰라도 그 나름대로 늘상 새로운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고, 그때마다의 흥분이 있고 분노가 있고 기쁨이 있고 슬픔과 괴로움, 불안, 우울, 그러니까 정말로 다양한 맛을 그 때 그 때 맛 볼 수 있으니까.

마치 어려서는 싫어하던 음식을 나이들게 되어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난 20대때는 싫어했던 그런 감정들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특히 불안과 우울이 그렇다. 분노가 줄어드는 대신 불안/우울과 더 친해진다. 후회가 줄어드는 대신 과거와 현실에 대한 수용감이 늘어가는 것도 그렇고.

운동을 하면 숨이 가빠지는 것, 근육의 통증, 온몸이 땀으로 젖는 것이 싫어서 평생 운동을 멀리하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고부터는 근육통이 없으면 뭔가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한 때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문제없이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떻게든 애를 써보기도 하고 그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고 더러는 분노하는 일, 지난 뒤에 후회이 잦았다면, 지금은 되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아무 문제 없이 너무 순탄하게 흘러가면 오히려 더 불안해지게 된다. 뭔가 터져야 정상인데 (그래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얼마나 큰 폭탄이 터지려고 이렇게 잠잠한 것일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