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때마다 느끼는 것

3-4년 간격으로 이사하면서 살다보니 할 때마다 잊었던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사하기 위해서 챙겨야 될 것, 또 새로운 곳을 위해 구입하고 설치해넣어야 되는 것들,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교환/수리 받아야 하는 것들,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바꿔야 하는 것들 (주소/고지서 등등)을 머리속에 넣고 다니다보면 사소한 것들을 쉽게 잊어서 몸이 두배로 힘들어진다.

이를테면 방금 전에 들여다보았던 것을 잊는다든가 방금 전에 쓰던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잊는다거나 하는 일 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때 그 때 즉시즉시 해결해서 queue에서 빨리 뽑아내는 것인데, 이놈의 나라에서는 그런 게 잘 안된다. 당장 어떤 액션을 취하더라도 그게 해결되는 데 대충 일주일 걸리기 때문에 여러 개의 일이 여러 주 걸쳐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볼 때 잠시 생각났다가 곧 잊고 또 들여다보면 생각났다가 잊혔다가를 반복하면서 A라는 일을 하려다 B를 하면서 A를 해야 되는 것을 잊고 C를 하고 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사람의 능력은 너무나도 확연히 유한하다.

그런데…누가 일을 빨리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바뻐 날 뛰는 것 같은 생각도 한다. 어차피 오늘 하지 않아도 내일 할 수 있는 것들이고, 다음 달에 하더라도 아무 문제 없는 일인데, 이렇게 머리속에 뭔가가 남아서 다른 일이 되는 것을 방해하니 어쩔 수 없이 강박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구태여 내가 하지 않아도 돈을 주고 시켜도 그만이다.

또 한 가지는 평소 사용하던 물건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내 생활 스타일의 맹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