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demicSound: 이거 참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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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demic Sound라고 개인이 영상을 만들거나 할 때 배경 음악을 붙여 쓸 수 있도록 서비스해주는, 그러니까 서로 윈윈하자는 서비스가 있다. 어차피 대형 음반사가 끼어서 프로모팅해서 음반을 팔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뮤지션들은 여기에 납품을 하고, 여기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라이센싱을 해주는 그런 윈윈 전략이다.

이런 거면 아티스트들의 수준이나 결과물 수준도 별로인 것 아닐까 할 수 있는데, 음악이란 게 자꾸 들으면 중독성이 매우 높고 자꾸 듣다보면 좋아지지 않을 수 없는 곡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래서 뮤지션들은 정말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서 크게 띄우지 못할 거라면 정말로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할 수 있는데, 정말 그렇다.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들의 성공 여부는 그들의 재능이 뛰어나고 아니고와 무관하게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기서 Le June이라든가 Milva라는 이름을 찾을 수 있는데, 이들은 보컬을 담당하는 이들의 일종의 가명으로 둘의 음성은 약간씩 다르지만 이들이 들어간 곡들의 분위기는 대개 매우 유사해서 동일인이 아닌가 할 정도다. 도대체 이렇게 음악을 무지 막지하게 제조해 낼 수 있는 능력들은 어디서 나오는가 할 수 있는데, 곡들은 매우 많지만 작자들도 매우 많아서 단일 인물이 엄청나게 마구 마구 곡을 찍어낸 게 아닌가 보일 뿐이다. 어쩄든 이들이 노랠 불러주면 그냥 단순한 EDM?에 머물렀을 곡들이 고품질의 곡으로 탈바꿈한다. 가사는 이게 뭐하자는 건지 마구 마구 아무거나 갖다붙여서 부른 게 확실하다. 흔히 가수 지망생들이 부르는 ‘가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싶다. 물론 아닌 곡들도 있지만.

글쎄 나처럼 음악을 만드는 데 관심없는 사람도 루프 붙이고 대충 신디 몇 레이어 깔아서 (반복적인) 곡을 만들고 이들에게 보컬을 의뢰하고 싶을 정도다. 이런 저런 보코더 같은 것들을 제법 댄 느낌이 나고 후처리도 매우 잘 해놔서 한층 고품질의 보컬로 들리는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렇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EpidemicSound에 있는 라이브러리 몇 개를 짜집기 해놓고 이들 더러 노래 좀 불러달라고 해도 완전히 새로운 곡을 (그러나 곡조는 비슷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다들 알다시피 음악이나 프로그래밍이나 클리셰 같은 게 있어서 소위 곡조 (일련의 코드 진행)와 그 곡조로 해결되는 모양새라든가 패턴은 지극히 일반적이고 또 거기에서 벗어나면 듣기 불편해지는 것이 또 대중 음악이라 그렇기도 하다.

이를테면 나는 라면을 먹을 생각으로 냄비를 올려놨는데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재료들을 냄비에 넣어버렸다면 대참사가 일어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인스턴트 음악을 편하게 듣겠다는데 갑자기 예전에 못 들어보던 비범한 곡조가 들어가면 역효과가 나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이들의 음악을 깔아놓은 유튜브 영상들을 몇 개 봤는데, 사실 영상에 비해 음악의 퀄리티가 워낙 뛰어나서 잘 안어울리는 것들이 많지만, 이 음악의 작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곡이 크게 홍보되면 그것으로 되는 것이지 싶다. 나 같이 유튜브 영상 프로덕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어 이 곡 왜 이렇게 좋지?’하다가 알게 되었을 정도니까.

세상엔 똘똘하고 능력 좋은 사람들이 참으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동안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해서, 유튜브같은 매체들이 없어서 그들이 빛을 발하고 있지 못했을 뿐, 물론 이렇게라도 알려지긴 했지만 이들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전세계가 이렇게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다고 볼 때 솔직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분야는 되도록 사람들이 꺼리는 분야가 될 수 밖에 없다.

그 중 하나가 나는 과학기술…분야라고 본다. 세상이 편해지고 뭐든 빨라지는 덕택에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고 흔히 사람들이 알게 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들은 더 늘었기 때문에 과학기술 분야에 예전 같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전반적인 역량은 예전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다. 신기하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의 양과 폭, 그리고 질 모두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아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