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스 오븐: 브로일러(Br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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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겨자 먹기로 집과 함께 구입한 개스 오븐을 재미 삼아 또 사용해보고 있다.

이번엔 Broil 기능을 시험해보고 있다. Broil 모드는 온도 조절 노브의 최상단(끝판왕)에 위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온도를 만땅으로 올리고 거기서 더 돌려야 Broil 모드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븐 하단부의 버너가 꺼지고 상단의 Broil 전용 버너가 켜진다. 하단의 버너만 꺼졌을 뿐이지 불꽃의 크기로 봤을 때 사실상 오븐의 최대화력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븐의 기본 기능인 Bake(굽기) 기능은 오븐 안의 개스 버너에서 발생한 열을 오븐 내부로 순환시켜서 그 열기로 음식을 골고루 가열해서 익히는 것이라 사실상 에어프라이어가 하는 일과 동일하다고 본다. 바닥에 일부러 오븐 팬에 물을 부어넣으면 촉촉하게 굽기(?)가 가능할 것 같긴 하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열기로 공기의 온도만 올라갈 뿐이므로 습도가 매우 낮아지게 되고, 이 열기가 음식물을 익히는 것과 함께 음식물의 수분을 빼앗게 되므로 오래 익히면 바삭한 결과물을 얻게 된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에어프라이어와 다를 게 없다. 소형 (컨백션) 전기 오븐이라고 보면 차이가 없지 싶다.

Broil은 예전 개스랜지에 있던 그릴의 기능과 비슷하다고 본다. 사실 이것은 브로일이고 개스 레인지 중에서 그릴이 달려있는 것이 있기도 하다. 생선을 구워먹으라고 있던 그 기능은 개스레인지 상판의 버너에서 나오는 열기로 음식물을 익혀내는 것이고 화력을 강하게 하면 음식물을 태우는 것도 쉽게 할 수 있으니까 개스 오븐의 기능, 그 중에서 broil 기능을 개스 레인지에 매우 작게 만들어넣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 효율면에서 볼 때 매우 유용한 기능이지 싶다.

오븐을 위한 버너 말고 브로일을 위한 별도의 버너가 달려있어서 그것이 위에서 아래로 열기를 쏘는 것이다. 일반적인 그릴링은 아래에서 위로 불이 향하는 대신 이 오븐의 브로일 기능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Bake의 경우는 버너의 화력을 약하게 해서 서서히 온도를 올리지만 Broil을 할 때는 제법 불이 올라오기 때문에 오븐 온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이때 음식물을 버너에 가깝게 붙여놓은 후에 broil 기능을 켜서 음식을 익히게 되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해본 바로는 괜히 개스 그릴을 야드에 들여놓고 쑈할 이유가 없었겠구나 하고 있다. 아니 개스 그릴을 대용하려고 사놓은 그릴도 앞으로 쓸 일이 없겠구나 하고 있다. 이 빠르게 굽기 (broil) 기능을 개스 오븐에서 이렇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뭐하려 불편하게 소형 개스랜지와 불판을 구입했나 하고 있다. 어차피 이걸 들고 야외 나갈 일도 없고 혼자서 처량하게 밖에서 고기 굽고 있을 이유도 없고 재료를 들고 나르면서 바닥에 뭔가를 떨구는 게 아닐까 걱정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좀 신기한 것은 일반 불판을 개스 버너 위에 놓고 고기를 구울 때는 온 집안의 smoke detector가 다 울어댔는데 사실상 별 다를 바 없는, 다만 화구의 방향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차이밖에 없는, broil 기능으로 조리를 할 땐 조용했더라는 것이다. 물론 두 경우 모두 후드의 팬을 강으로 틀어놓고 창문까지 열어놓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단점이라고 하면 broil pan 같은 게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오븐 안에 오븐 트레이(기름받이??)와 랙(망처럼 된 금속 덩어리)가 있는데, 브로일 팬은 트레이와 그위에 얹는 기름 빠지는 구멍이 뚫려있는 판으로 되어있다.

대개 오븐 팬은 2-30불짜리 소모품이라 적당히 쓰다가 태워먹거나 기름때가 지나치다 싶으면 그냥 버리면 되는데, 음식물이 매우 뜨거운 온도에서 용기에 들러붙으면 청소하기 쉽지 않으니 이것도 대개 알미늄 호일로 싸서 사용하는 듯 하다. 어떤 이는 알미늄 호일을 오븐 내부에서 사용하면 오븐이 상한다는 썰을 푸는 이도 있다. 모르겠다 그냥 편한 대로 하는 게 답이다.

요약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