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서울에 다녀오고 나서..

이번 방문을 통해서 받은 인상도 지난 번과 그다지 다르진 않은 것 같다. 문제는 내가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싹 다 잊고 있었다는 것 뿐. 그러니까 방문할 때마다 refresh가 되고 있는 거다. 방문할 때 마다 ‘아 그 때 그랬었지!’ 하고 말이다.

어딜가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령별로 다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고 똑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고 똑같은 일을 하러 가고 있고 다들 똑같이 스마트폰만 온 종일 쳐다보고 있다. 정말로 재밌는 광경이다.

뭐랄까 혼자 있으면 뭔가를 열심히 함으로써 외로움(?)을 떨쳐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쉬지 않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로 열심히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것은 실제로 미국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름 이름있는 음식점 앞을 차로 지나다 보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뭔가를 열심히 검색하고 있다면 거의 100%라고 봐도 된다.

기억을 잘 더듬어보면 예전의 나도 전혀 다르지 않았는데 마치 지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양 떠들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난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도 모잘라 열심히 써대고 있기도 했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동안에도 메일을 주고 받고, 그게 아니면 뭔가를 공부해야 되겠다며 열심히 뭔가를 읽어내려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나 시간을 아까워했던 인간이었나보다. 뭐가 되려고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정체성’ 따위가 중요한 세상인가? 단일민족(?)으로 단일 국가(?)를 이루고 살았다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오래 살아오다가, 뜻하지 않게 밖에 나와서 여러 해 살다보니 이젠 마치 어딜 가면 어떤 인종의 사람들만 있어야 되고 그래야 그 나라 사람이고 등등등의 생각들은 온데 간데 없고, 이젠 어딜 가나 균형잡힌 인종비의 사람들이 보여야 뭔가 안정감을 갖는다.

한마디로 내가 미친 거다. 나와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많이 보이면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울렁증 같은 게 생겨서 몹시 불편했던 게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누군가와 소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늘 불편해서 답답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그냥 포기/체념하면서 산다. 이게 내가 원한다고 또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깨닫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이라 대충 3-4일을 PCR 테스트를 받는데 소모했다.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종이에 인쇄된 결과지를 발급해주지 않는 덕택에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추가로 검사를 더 받은 것도 포함해서 총 4번의 검사를 받았다.

서울이 대중교통이 몹시 발달하긴 했지만 체류하던 곳이 소위 ‘역세권’이 아니라 상당히 먼 거리를 도보로 이동했기 때문에 뭘 하든 기동성이 몹시 떨어지고 교통 정체 덕택에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서울에서 이동한다는 자체가 그냥 시간 소모가 매우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또 잊고 있었구나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왔으면서도 말이다.

해외 입국자는 해외에서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처럼 인식되는 듯한 인상이었는데, 그래서 어딜가나 주민등록번호로 본인확인이 되자마자 ‘해외입국자세요?’란 말을 들었고 사실 여기엔 ‘그런데 왜 여기 돌아다니고 있어?’란 의미가 포함되어있고 뭔가 내 신상정보에 낙인이 찍힌 듯하고 그냥 공개되어 버린 느낌이라 기분이 상당히 불쾌해진다.

바이러스를 달고 들어온 외계인이라 PCR 테스트도 계속 강요받는다. 4번의 PCR 테스트를 받는 동안 어딜 가나 검사받으러 온 사람들이 매우 많이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아무 이유없이 자발적으로 또는 심심해서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일 리 없으니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데, 대충 이들 중 일부는 나와 같은 해외입국자라서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고 있는 것이었고 나머지 대다수는 유증상자 또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이 곳은 감염확률이 특히 높은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어이없게도 내가 아는 평범한 한국 거주 지인들 중에서 선별진료소에서 PCR 테스트를 받아봤다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해외에 있지만 코로나 확진자 근처에도 못 가본 나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에 방문한 죄(?)로 PCR 테스트 때문에 계속해서 노출되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 교통으로 병원/보건소로 이동해야 되고 선별검사소에서 또 원치않게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코로나가 한창 심했을 때에 서울에 있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전히 확진자가 2천명 가까이 나고 있는 상황이고 거리두기 4단계(?)라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서울 어딜 가봐도 예전과 달라진 점을 별로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생활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모두가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있다는 것 말곤.

출퇴근 시간엔 버스나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한 가득이고 (사실 여기서 게임셋이 된다) 점심 저녁시간에 붐비는 곳의 식당도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한 가득이었다. 반면 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외계인인 난 이것 저것 규제하고 있으니까 식당이든 어디든 가기가 꺼려지는데, 도무지 음성결과를 들고 들어오고 입국해서도 음성이란 결과를 보여줌에도 계속해서 검사를 요구받는 것이 몹시 불쾌하고 납득되지 않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