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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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한 혈액검사가 나왔는데 고지혈증에 가깝다는 결과를 받았다. LDL이 200에 가까우니 스태틴을 처방받아야 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혈액 검사 결과지를 받아보진 않았지만 (대갠 잘 안 보여준다 신기하게) 그 숫자를 확실히 알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적어도 남들이 해석해놓은 것을 그냥 믿고 따르기 보단.
일단 고지혈증이라고 하면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렇게 된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대중 매체에서 그렇게 보도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비만을 연결시키기도 하고 결국 운동도 안 하고 몸관리를 안하는 사람이 고기에 기름진 음식만 실컷 먹다보니 혈관이 망가지게 되는 그런 상황에 이른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1년 반 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외식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모두 내가 음식을 만들어먹기 때문에 내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고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는데, 평소 섭취량도 작고 또 설탕에는 근처도 가지 않고 탄수화물도 극히 제한하고 있어서 솔직히 뭘 잘못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사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섭취 열량은 대략 1/2수준으로 떨어진데다 탄수화물만 놓고 보면 1/4 수준도 안되는 지경이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무슨 프라이드 치킨이며 햄버거, 피자처럼 사람들이 나쁜 음식이라고 규정하는 것들과는 1년에 한번 마주할까 말까 한 수준이고 대부분은 생재료에 가까운 수준의 음식만을 먹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빵이라든가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은 생각도 못한다. 대부분 열량이 매우 낮은 채소와 단백질이 높은 것들만 찾아먹고 있으니까 물론 육류와 생선을 가까이 하고 있는 것은 맞다만.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렇게 식단 관리를 하고 있음에도 고지혈증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제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있으니까 혈중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제어하는 기능도 이젠 예전 같지 않아졌나보다 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 이제 혈관 건강도 서서히 무너지면서 늙어가게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대충 찾아보니 요즘 이야기되는 학설(?)은 다음과 같다.
- 전체 콜레스테롤(HDL+LDL+Triglycerides(중성지방)+alpha)의 양보다는 이들의 균형이 중요하다. LDL이 단순히 높다고 해서 나쁘다고 할 수도 없고 전체 콜레스테롤의 양이 낮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 나쁜 콜레스테롤은 LDL이 당과 결합하여 산화된 것, 즉 oxidized LDL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성인병의 원인, 즉 인슐린 저항성, 염증, 산화성 스트레스 (oxidative stress)과 맞물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안좋은 식습관으로 당의 관리가 안되고 그래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그래서 과다한 혈당과 LDL이 만나서 나쁜 콜레스테롤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게 되고 그렇게 나쁜 콜레스테롤에 의해 결국 혈관이 망가지게 된다. 즉, 고혈당이고 그래서 인슐린 저항성이 높고 그래서 몸 여기 저기서 염증 반응이 있고 여기에 산화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이 좋지 못해 노화가 촉진되면서 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 대개는 HDL 대비 총 콜레스테롤의 양이 얼마나 되는가, 또 총량에서 일반적인 지표들을 제하고 남는 것, VLDL이 어느 정도인지도 함께 봐줘야 한다고 한다. VLDL은 LDL을 운반하는 것으로 이것의 양이 많다는 것은 세포에서 LDL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도가 높아서이기 때문에 이것이 적정량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은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반대로 많으면 인슐린 저항성도 함께 의심이 되는 것이다.
어쨌든 몸에서는 LDL과 VLDL이 만들어지고 소모되고 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안좋은 LDL이 문제가 될 뿐인 것이다. 즉, LDL을 간에서 받아들여 VLDL로 만들고 그것이 세포에 전달되는 순환을 해야 하는데, 나쁜 LDL은 간에서 흡수되지 않으므로 혈액을 떠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 혈액검사 과정에서 측정이 되는 LDL을 모두 나쁜 LDL로 보면 무조건 그 양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러나 스태틴 처방을 받아서 LDL의 양을 줄이게 되면 그것은 간에서 생성되는 LDL의 양을 억제할 뿐이지 나쁜 LDL의 양을 줄이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지표상으로는 LDL이 줄어들었으니 심혈관 문제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나쁜 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였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몸상태가 좋지 못해서 (인슐린 저항성, 고혈당 등등) 혈액중에 떠도는 LDL들이 쉽게 산화되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혈관 건강을 망치고 있다고 하면 분명히 약물에 의해서 LDL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시스템에는 문제가 생겼지만 장애가 생기진 않을 정도로 관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관리해야 될 거리만 또 하나 늘었다. 일단 이 기회로 감량을 좀 해보고 다시 검사를 받아봐야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