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같은 제목의 책을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말 그대로 ㅁㅊㄴ처럼 늘 달렸더니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새롭게 펼쳐졌단, 그래서 결과적으로 해피엔딩하게 되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대충 9월 초순부터 달리기를 해보려고 시도했는데, 기가막혔던 것이 처음엔 발목이 시큰 거리고 무릎이며 온 몸이 울리는 진동 때문에 숨이 차기도 전에 중단해야만 했던 것이다. 뭐랄까 단숨에 몸이 노인 상태로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노인이 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 말이다.

결국에 뛰는 대신 장거리를 걷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는데, 덕택에 집 근처에 달리기 하기 좋은 공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매일 매일 그 공원에서 사람이 없을 시간에 혼자 걷거나 뛰거나 하면서 어떻게든 뭐라도 나아지기만을 바라며 이것 저것 하고 있다.

잠시 서울에 다녀오는 동안에 약간의 휴식이 더해졌기 때문일지 아니면 서울에서 더 많은 거리를 걷고 뛰고 했기 때문인 것인지, 신기하게도 같은 신발을 신고 달리고 있는 내가 예전과 같은 진동이나 충격 대신에 몸이 훨씬 가벼워진 것을 느끼고 있는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 여전히 예전에 비하면 한심한 상태의 체력이긴 하지만 단번에 공원의 절반을 달려내는 것을 보면서 이젠 쉬지 않고 10바퀴를 돌아야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시큰 거리던 발목의 통증으로 꾸부정하게 걸어내던 노인은 어디간 것인지.

이렇게 달리고 있다가 보면 나도 모를 행복감이 마구 몰려오는 것을 느낀다. 마치 ‘나는 달린다…‘의 그 저자가 느꼈던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이 분은 장거리를 뛰시던 분이니까 동네 공원에서 처참한 수준의 단거리를 꾸역꾸역 뛰어내고 있는 나완 모든 면에서 다르긴 하지만.

대낮에는 햇볕이 매우 강해서 공원에 아무도 없다. 아니 햇볕이 너무 강해서 이런 조건에서 달리고 하다보면 쓰러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무도 나오지 않나보다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바보 처럼 걷다가 달리다 하다 보면 행복감이 사정없이 쏟아진다.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과 함께 여전히 엉성한 폼으로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 마치 20대로 돌아간 느낌마저 든다. 분명 그림자에는 몸관리에 나태했던 덕택에 훨씬 더 빨리 늙어버린 처참한 내 모습이 나타나지 않으니 마치 20대의 내가 달리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일지도.

건강이니 운동이니 다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나도 몸의 변화에 순응하며 결국엔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구나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