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이 말은 참으로 많이도 들었던 것 같다. 자존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한다는 말도 포함해서.

그런데 문제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억지로 억지로 나를 사랑하는 척 할 수 있고 빌빌하는 나를 보고 ‘힘내! 할 수 있어!’ 하는 척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내 ‘그래봐야…’ 혹은 ‘이렇게 정신승리 하란 건가? 그래서 뭐?’ 하는 생각이 따라나올 수 밖에 없다면 내내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쳐다본 거울 속의 내가, 어제 보다 늙은 내가, 어제보다 더 못 생겨진 내가 그냥 아무 이유없이 기특하고 만족스러워야 ‘나를 좋아한다’가 된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잠들기 전까지 수천번도 넘게 중얼대고 있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살기 싫은 또 하나의 하루가 시작되었고 겨우겨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 시들어버린 잡초같은 내가 거울 앞에 서있고 그렇게 시작된 하루 내내 입에서 욕이 떠나질 않는다. 늘 그렇듯 오늘 하는 일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 그런 내가 싫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들어버린 내가 싫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놓은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싫다…

그렇게 내 자신이 싫어서 미칠 것 같았던 그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참 많이 애를 썼던 것 같다. 우울한 내게 좋다는 말들은 다 찾아 읽어보고 들어보고 입으로 말해도 보고. 결국은 내가 모든 것에서 떨어져 나오고 나서야 서서히 변해가는 날 인식할 수 있었다. 나와 내 주위 것들 대해서 수도 없이 분노하고 다시 이해해보고 또 나 자신과 수도 없이 이야기해보고…그래서 결과적으로 나와 세상에 대해 체념하고 사람들에 대해서 체념하고 나면 이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그나마 멀쩡한 꼴을 하고 있으려 발버둥치고 있는 내가 기특해보이기 시작했다. 변해가는 인간들을 쳐다보면서 아직도 호구 정신을 갖고 있는 내가 맘에 들기 시작했고 ‘온전히 나’인 상태로 상대방과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미워했던 내 모습으로부터 멀어져갔다.

‘시간이 약’이란 말보단 ‘나 자신과 얼마나 많이 대화했는가’가 더 실체에 가깝지 싶다. 오래 대화하면서 나란 사람이 미워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내 자신이 온전히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어야 된다고 본다.

그런데 ‘남을 사랑한다’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되면 알게 될 수록 좋아하게 되기 보단 이기적이기 그지 없는 존재.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이 왜 나왔을까만 생각하게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