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거면 왜 결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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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이런 말들을 듣고 있을 때가 떠올랐다.
“그럴 거면 왜 결혼했어?”
“그럴 거면 왜 결혼해서 내 인생을 망쳐놨어?”
이걸 다시 풀어서 쓰면
“내 인생 재밌게 해주지도 못할 거 왜 결혼하자고 했어?”
“결혼하자고 해서 결혼 했더니 심심해 죽겠어! 이 ㅅㄲ야!”
“나 혼자 심심하게 놔둘 거면 왜 결혼하자고 했어?”
그렇다. 재밌을 (=행복할) 줄 알고 결혼했더니만 사기당했다는 거다.
재미가 곧 행복 아닌가? 인생은 재밌어야 되는데 힘들게 결혼했더니 혼자 꿀꿀하게 지낼 때랑 다르지 않다는 거다.
이런 말을 뭐하러 곱씹어가며 해석해야 하는가? 그냥 인생이 심심/무료하고 재미없으니 같이 놀아달라고 하는 건데. 그런데 이 말을 듣을 때는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심심하고 무료하다는 속 뜻 보다 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저런 식으로 말을 하고 있을까 하는 것 때문에 말이다.
결혼이란 걸 하기 위해 소모해야 했던 에너지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그 과정이 순조로왔다고 하더라도 정말 엄청난 것이었지 싶다. 그렇게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뭐야!’ 라는 것 아닌가?
그 과정이란 게 그저 나 혼자만의 의지로 된 것인가? 또 결혼이란게 온전히 상대방의 인생을 책임져주기 위해 하는 것인가?
이럴 땐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걸 입에 넣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글거리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이런 식의 소통 방식이다. 이렇게 (ㅆㄱㅈ 없이) 말하면 뭔가가 이루어진다는 사례가 하나 생기면 점점 더 언어의 폭력성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고작 나가서 외식 한번 하고 아니면 재미있는 구경을 하든가 하자고 하면 되는 것을 지금까지의 삶이 모두 물거품만도 못한 것이다 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물론 물거품만 못한 게 되어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아니면 그런 말을 할 수 조차 없겠지. 그래서 홧김에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어도 그렇게 그렇게 상대방을 원망하면서 살면 그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