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 패널 설치 후 전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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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패널을 대략 10월부터 가동시켰는데 이후로 전기료 계산이 좀 애매해졌다. 이게 애매한 채로 남아있으니까 늘상 PG&E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는데 아직 가동후 10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발전량이 사용량을 상회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지서는 나오고 요금도 지불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10개월 정도 운용하면 소위 true up이라고 해서 발전에 대한 별도의 요금고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프 상으로만 보면 전기 사용량은 마이너스인데 요금은 지불하고 있으니까 신기할 뿐인 것이다.
전기/개스료 그거 얼마나 된다고 이렇게 시간을 쓰고 있냐?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나도 왜 이 얼마되지 않는 요금 때문에 정신력을 소비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할 노릇이다. (이래서 전기차를 살 생각이 더더욱 없어진다. 또 뭔가 효율을 계산하고 최적화하려 들테니 말이다.)
10월에 단기간 여행을 하는 동안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력 사용량을 보면 대충 하루에 3.84kWh 정도를 사용한다. 대략 한달이면 120kWh를 쓰는 셈이 되는데, 이 정도면 한달 전기료로 대략 $40 정도를 내게 된다. 1년이면 $480이 된다. 사람이 없는 집에서 고작해야 냉장고 하나 돌아가고 있는데, 1년에 50만원 넘는 돈을 내야 한다. 사실 이렇게만 봐도 이곳에서 솔라패널을 설치할 이유는 충분히 된다. 지금 요금제로 대충 15년 낼 비용으로 이 정도의 사용량의 대략 3-4배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
사람이 없고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대략 160W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껏해야 냉장고 한 대와 그외 저전력 디바이스들 (무선 라우터/케이블 모뎀/라스베리 파이/감시용 카메라) 몇 개 돌아가고 있는데도 이러하다. 냉장고에 비교하면 사실 저전력 장치들의 소비전력은 없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이 160W라는 숫자는 사실상 거의 냉장고에서 나오는 값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집안 어디선가 전기적 누설이 일어나고 있다고 밖에.
대충 이러한 사용량이라고 보면 매달 제법 요금을 내야 하는데, 생각해보면 냉장고 겉면에 써있는 숫자들 (소비전력이 어느 정도니 1년에 얼마를 지출하게 된다하는)는 사실 개소리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솔라 시스템은 명목상 2.1kW 출력을 낸다고 하는데 실제 기록된 값을 보면 최대 발전량이 대충 1.7kW쯤 되는 것 같다. 요샌 해가 짧아서 오래 발전을 하지 못하긴 하지만 대략 생산량이 5kWh쯤 된다. 그렇지만 흐린 날의 경우는 평소 전기 소모량도 커버를 못하는 정도로 효율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거의 의미가 없다고 봐야한다.
만약에 내가 전기차를 끌고 있다고 하고 소위 집밥을 먹인다고 하면 이게 과연 얼마나 나오게 될까. 사실 계산하나 마나다. 이곳에서처럼 전기료가 비싼 지역에선 발전량이 엄청나지 않고선 엄청난 전기료를 내게 될 것이다. 전기차에 의한 이득이란 것은 회생제동이라고 해서 운동에너지를 다시 전력으로 바꿔서, 소위 배터리에 에너지를 넣었다 뺐다 하는 것 밖에 없다. 발전량이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은 그만큼 비싼 설비를 들여야 하는 것인데 발전량에 설치비용이 비례하고 그 설치 비용이 전기료에 비해 별로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독자적으로 저렴하게 패널을 구매해서 설치하고 운영하지 않는 이상엔 여기서 이득을 얻기는 힘들다.
내 경우를 볼 때 알짜로 7k를 투자해서 매달 내가 사용하는 전력의 대략 두 배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그만큼의 돈을 곧바로 환급받거나 혹은 전기 요금에서 감면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리드에 전력을 돌려주는 짓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그러니까 사용량과 발전량이 거의 같아지게 해서 최소의 요금만 내고 나머지 전력은 어떻게든 소모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부러 전기차를 두거나 (개솔린을 전기로 바꾸는 짓) 개스 대신 전기로 난방을 하고 조리를 하고 해야 한단 것이다.
결국, 솔라패널 설치의 유불리를 따지다가 그 이익을 극대화하자고 멀쩡한 차를 처분하거나 놔두고 새로 전기차를 구입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제 사 봐야 리베이트 혜택도 없고 전기차가 많아져서 fast lane 따위 별 도움 안되는 지경이니까 역시나 의미 없는 거다. 그저 주차장에 덩그러니 서 있는 새 장난감, 아니 전기차를 바라보면서, 또 그 차안에서 장난감 아니 아이폰스러워진 차의 기능들을 테스트해 보면서 ‘아 시대에 덜 뒷쳐지고 있구나’ 하면서 혼자 착각(?)하고 있을 따름인 거다. 과외로 지출되는 비용과 세금들은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