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채널 오디오가 그렇게 좋은가??

가끔씩 나와 만나서 해묵은 오디오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 있다. 나와는 30년 넘게 먼저 세월을 살아오신 분인데 (아버지뻘이네 그리고 보니) 그만큼 빨리 세상을 살아오신 덕택에 내가 얻어배울 게 참 많은 분이다. 사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에 그렇게 관심이 없었던지 나와 삶에 관한 얘기는 전혀 나누지 않는다. 가끔씩 내가 아버지한테도 하지 않았던 질문들을 왜 이 분에게 던지고 있나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삶은 이런 것이구나 할 뿐이다.

사실 나는 오디오에 대해서 기대하는 게 전혀 없다. 어려서는 마케팅 용어에 잘도 속아넘어갔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들여다본 signal, 어쩌다보니 이와 관련된 업계에 머물면서 오랫동안 들여다 봤던 signal이란 것은 그냥 사람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것에 자연현상의 결과물이 더해진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위 음반에 담긴 그 어떤 절대적인(?) 원음(?)이란 것도 순수함이란 전혀 찾아볼 없는 엄청나게 가공되어진 것의 결과물이고, 그러다보니 오히려 라이브 연주를 들으러가면 실망을 금치 못하는 것이고. 그러나, 그 옛날 음반과 오디오와 관련된 마케팅 언어에 사로잡혔던 사람들은 아직도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다. 어떤 환상의 오디오 세계가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것 말이다.

요 몇달 간은 그 분의 친구분 댁에서 듣고 온 multi-channel audio에 깊히 꽂힌 것 같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엔지니어가 가공한 simulated surround sound에 매료된 것이다. 그렇지만 대개 이쪽으로 뭔가 생각이 꽂힌 사람들은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으로 그것을 얻어내려고 하는 욕구가 있다.

뭐라고 해야할까. 지금 가진 것을 모두 잃고 한 서너 달 아무런 음악도 듣지 못하다가 허름한 A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 옛날 내가 좋아하던 노래를 다시 듣게 되었을 때의 감동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해야 할까?

이 분은 과거 vinyl record 시절을 살았어서 소위 레코드 플레이어라는 것을 두고 지직 거리는 잡음이 섞여있는 음악을 즐겨 듣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주제를 바꿔가면서 뭔가가 더 나아질 수 있고 얼마를 더 투자하면 그만큼의 아웃풋이 나올 것이라는 본인의 썰을 풀어댄다. 나도 모르게 몹시 지겨워졌다.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