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운드 집어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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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이 열심히 바람넣고 간 바람에 수십년 전 유행하던 짓을 해봤다. 스피커도 이리 저리 옮겨보고 오랜만에 로직도 좀 만져보고.
잠시 가지고 논 결과만 요약한다.
- 서라운드는 뭐 알다시피 여분의 스피커를 더 달아서 simulated surround로 현장감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스튜디오 앨범을 듣겠다는데 꼭 그런 현장감 같은 거 있어야 되나? 2개로만 들어도 충분히 좋다.
- 2채널 소스를 play 할 때는 후방 스피커에 전방 채널에 리버브를 걸어놓은 결과를 보낸다. 거리감을 주고 싶으면 여기에 딜레이를 더 줘도 된다.
- 5.1 혹은 7.1 소스는 4 channel로 downmix해서 들었다. center/subwoofer를 따로 놓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구성하기도 불편해진다.
- 경험상 DTS 오디오로 발매된 앨범보단 비록 발매된지 아주 오래된 것이지만 2채널짜리 실황 앨범들을 이렇게 들으면 정말 환상적이다 싶다 하는 게 제법있었다. 이것 저것 테스트 해본 중에 Jimi Hendrix의 실황 앨범(곡명은 잘 기억 안난다, 1970년에 녹음된 것이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실황 앨범을 simulated surround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의 수음 패턴을 떠올리면 분명히 의미있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simulated surround이긴 하지만 실황 녹음할 때 빠진 부분을 채워넣는 것이니까 말이다.
- 스튜디오 앨범으로 있는 것을 일부러 DTS 오디오로 구할 이유가 없다. 내 입맛에 맞게 리버브도 걸고 딜레이도 걸어보고 하면 된다. 어차피 시중에 나와있는 것도 다 엔지니어가 그런 식으로 만든 것이다. 라이브 녹음을 완벽하게 멀티채널로 떴다고 하는 것은 못 들어봤다. 기왕 5.1/7.1 채널로 된 레코드를 팔겠다고 하면 이게 맞는 접근이지 싶은데, 어차피 녹음하고 재생하고 하는 가운데 ‘완벽’이란 건 다 사라지는 것이고 정 그렇게 실황 사운드가 듣고 싶다면 헤드폰 처럼 2채널로 (HRTF를 써서 하든 말았든) 재구성된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완벽(?)에 가까운 것 아닐까?
- MacOS가 서라운드 놀이를 하기 아주 좋게 되어있다. 해킨이든 아니든 OS에서 직접 multi-channel audio를 편리하게 제공한다. Audio-Midi 앱을 열어서 aggregated devices를 만들어놓으면 집에 굴러다니는 스피커나 오디오를 이용해서 다양한 구성의 서라운드 놀이를 하기 아주 좋다. 마찬가지로 Logic에서 다양한 패닝도 가능하고 DTS/AC3 리시버가 있다면 곧장 연결해서 작업할 수도 있게 아주 편리하게 되어있으니까.
- Mac에서 BT로 스피커 시스템 2조를 한꺼번에 잡아서 4채널 서라운드를 할 수도 있다. VLC로 DTS 오디오나 AC3 영화를 보면 스피커 4개로 잘도 내보내준다. 다만 거실이 너무 넓다거나 2.4GHz에 간섭이 좀 있으면 링크가 위태로와지기도 하지만.
그런데 이게 딱 끝이다. 꾸미고 뭐 이것 저것 붙여대고 하는 것은 꽤 귀찮고 시동 거는 것도 꽤 귀찮다. 그 결과물이 뭐 어마어마하게 좋다거나 하다기 보단 그냥 만들어낸 그대로 소리가 나올 뿐이다. 2채널 소스를 내 입맛에 맞게 듣겠다면 매번 이것 저것 설정해주거나 sweet spot이다 싶은 설정으로 DTS 오디로를 만들거나 해야 한다. 사실 곡마다 잘 어울린다 싶은 구성이 다 다르다. 특히나 딜레이는 곡의 템포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느린 딜레이를 걸고 빠른 곡을 연주해버리면 드럼박에 대한 여운이 길게 남아서 소리가 지저분해지고 마치 박자가 저는 듯한 느낌을 주듯 말이다.
그런데, 노력대비 보람이란 게 그저 그렇다. 그냥 이런 게 있구나 하고 경험한 것으로 끝인 것이다. 비싼 DTS 장비, 스피커 셋이 있다고 뭐 있지도 않은 새로운 뭔가가 나올리도 없고 그저 누군가에게 oneshot 자랑거리 한 번 되는 정도면 다행인 것 아닌가? 이게 자랑거리가 될 것도 없지 싶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다고 서라운드를 듣자고 지저분하게 배선을 늘어놓는다거나 허접한 satellite 스피커들 가져다 놓느니 그냥 내 필요에 따라서 2개짜리 북쉘프 혹은 톨보이 한쌍을 가져다놓고 구성을 맘대로 바꿔서 들을 수 있는 정도면 되지 싶다. 사실 지금 시대에서는 모노인지 스테레오인지 분간안되는 BT 스피커로 듣는 게 보편적이 되었다보니.
그러니까, 블투로 구동되는 스피커 한 쌍으로는 평소에 그냥 스테레오로 듣다가 한쌍을 뒷쪽으로 더 가져다 놓으면 그 자체가 quadrophonic surround가 자동구성되는 거면 좋다 싶은 것이다. 어차피 그 옛날의 Dolby logic이니 뭐니하는 소스들은 다 사라졌고 AC3/DTS같은 것도 지극히 옛날 것이 되었으니까 또 dolby atmos라고 하는 것은 내가 해석하기에 HRTF를 multichannel로 걸어놓은 것이라 마찬가지로 quarophonic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세에는 별 지장이 없지 싶다. 어차피 HRTF도 개개인별로 오차가 다 있고 linear filter로 걸어놓은 것이니 대충 얼버무리면 그게 그것인데다 개개의 가정마다 스피커의 위치도 다 일정하지 않은데도 만들어서 파는 것이니까.
문제는 마케팅 문구에 너무 엔지니어적인 용어나 개념들이 남발되면 재미삼아 구입하는 제품들의 엔지니어적인 요소에 너무 과몰입이 되고 그래서 사실상 컨텐츠의 재미보단 제품의 성능이나 적용된 개념 (어차피 과학이라기 보단 마케팅 + 엔지니어링 용어 남발 쇼에 가깝다고 난 본다)에만 신경을 쓰게 되니 재미가 덜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ATMOS가 나온 초기에는 영화 편집이 마무리되고 엔지니어가 날밤 까고 오디오 믹싱을 마치면 (그냥 일반 서라운드 (멀티채널) 믹스다. 이 사람이 이 믹스를 만들 때 ATMOS 관련한 청음 환경에서 작업하는 게 아니다), 돌비 엔지니어가 컴퓨터 한 대 들고 와서 (일반 x86 PC다. 좀 덩치가 큰) final audio mix에 후처리작업을 한다. 후처리 작업이란 게 x86 윈도우즈에서 돌아가는 어떤 application 하나를 실행시키는 것이다. 내용을 뜯어보진 않았지만 특정 소스에 대해서 HRTF를 적용해서 가상공간 상에서 이동하는 효과를 내는 거라고 본다. 일반적으로는 HRTF는 헤드폰에 적용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극장안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고려해서 다시 모델링한 것이지 싶다. (그래봐야 EQ인 것이다. 모델링이 실패했거나 모델링할 때 가정한 조건이 깨어지면 그대로 그만인 것이고) 어쨌든 이 결과물을 최종 배포 영상에 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