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들은 지나가고

대충 동지에서 한달 가량이 지났는데 제법 아침도 일찍 밝아오고 있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도 제법 늦춰졌다. 한낮 기온도 화씨 기준으로 12월 말과 비교하면 대략 15도 정도는 올라간 듯 하다.

작년까진 한 겨울에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실내온도가 20도 아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섭씨 20도 혹은 19도 정도가 되면 꽤 썰렁하구나 했던 것 같다. 그 이유랄 게 특별하진 않지만 옷을 얇게 입고 있는 상태로 실내에서 계속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올핸 무슨 일인지 실내온도가 13도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제법 있었고 (실외는 한밤에 영하로 떨어지기도 하고) 아무리 난방을 해도 20도 까지 올리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16-17 정도로 실내 온도를 유지하며 지냈다. 16-17도의 실내 온도만 되도 손이 시렵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저런 문서들을 읽어보니 이것은 보편적인 현상인 듯 했다. 기온이 회복되고 있어서 대낮엔 난방을 하지 않아도 실내를 17도 정도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니까 16-17도 정도의 온도를 실외온도의 기준으로 보면 제법 살만한 온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내온도로는 일반적인 권장 실내 온도 (19)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라 옷을 좀 더 입고 있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수준이란 거다. 손시려움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로. 생각해보니 겨울철 사무실 난방 온도를 19도로 맞추라고 난리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금보다 나이가 더 어렸을 때지만 손이 시려워서 욕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웃긴 것은 이러다가도 달랑 1달 정도 지나게 되면 난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반팔 옷을 꺼내입게 될 거란 거다.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나면 대낮에 더위를 느끼게 될테고.

지구가 열심히 자전하고 있는 덕택에 사람은 늘 변화를 요구 받는다. 비록 그게 반복적인 것이라도 매년 조금씩 조금씩 다르다. 열심히 늙어가는 덕택에 사람은 늘 변화를 요구받는다. 날씨와는 다르게 반복이란 게 없고 난이도는 해가 다르게 올라간다.

여름을 지냈던 것처럼 겨울을 지내려면 불편하듯이 당장 1년전을 살아왔던 방법으로 올해를 지내는 것도 불편해진다. 예전에 살던 방식 그대로 지금을 살아가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난 그런 면에서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느낀다. 그들은 불편함에 둔한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해야 하는 불편함보단 변화를 하지 않았을 때의 불편함이 감수하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해가 달라져도 늘 같은 방법으로 살아간다. 예전에도 불편했는데 지금은 한층 더 불편해진 방법이라도 꾸역 꾸역 그렇게 살아간다. 어쩔 때는 박수를 치고 싶을 때도 있다.

다시 말하면 늘상 변화하려는 사람이야 말로 불편함을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니까 참을성이 부족한 이들이야말로 늘 변화하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인내심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이 어린 사람들이 세상 변화에 더 민감하고 쓸데없이 자기 주장만 강한 늙은 이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예전 방법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매년 서울에 다녀오지만 알게 모르게 이것 저것 계속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국인들의 이런 빠른 변화, 또 그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참을성이 없다고 말하면 뭐랄까 부정적인 의미가 아닐까 싶지만

‘힘들고 답답하고 불편한데 왜 그걸 참고 인내해야나? 지금 곧바로 바꿀 수 있는데.’

라고 말하면 긍정적인 의미가 된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자’와도 통하는 것 아닐까? 모르겠다. 변화하는 게 100% 이득이란 걸 아무리 설득해도 그걸 죽기 보다 싫어하는 이들이 워낙 많고 워낙 오랫동안 보아왔기에.

걱정스러운 것은 세상 살이의 난이도가 커진 것도 커진 것이지만 그 변화속도가 커진 까닭에 세대별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단 것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2-30년전엔 1년 내내 기온 변화가 고작해야 10도 정도인 수준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3-40도인 상황에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거다. 한달이 멀다하고 다른 계절에 맞는 옷으로 바꿔입어야 되는 세상과 1년 내내 같은 계절의 옷을 입고 있어도 되는 것과는 스트레스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