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o 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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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o Cosmos라는 곡을 지금까지 이 버전 저 버전 꽤 오래 들어왔던 것 같은데, 갑자기 어제 확 꽂혔다.
내가 앨범 이름을 알고 있는 것들만 대충 열거해 보면
- Live at Yoshi’s (2007)
- Greg Howe “Extraction” (2003)
- Tony Williams “Believe it” (1975)
Allan Holdsworth가 2017년 2월 경에 이 근처 Yoshi’s에서 공연한다고 했을 때 한밤에 열심히 차를 몰고 올라가서 보고와야 되나 했었는데 사실상 그게 마지막 기회였다. (어차피 서울에 살고 있었다면 그런 걸 생각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 없는 거다). 팬대믹 덕택에 매순간 자의/타의에 의해서 놓치고 있는 기회들은 무한히 많겠지만.
그렇게 라이브 연주를 하면 70년대 Tony Williams의 솔로 앨범에 있던 곡들을 30년이 더 지난 후에도 연주하고 있는 걸 보면 그가 낸 수많은 앨범 수록곡들 보단 이 때의 임팩트가 정말 강했구나 싶다. 유튜브의 공연 비디오를 보면 Fred, Proto Cosmos라든가 Red Alert에 대한 객석의 반응이 가장 좋다. Oakland의 Yoshi’s의 라이브가 Alan Pasqua와 이 시절 곡들을 다시 연주해낸 것이라 비디오도 꽤 볼만하다.
이게 처음 발표된 것은 Tony Williams의 솔로 앨범에서 Allan Holdsworth와 Alan Pasqua와 같이 연주한 버전인데 이런 음악에 익숙한 내 귀에는 너무 너무 훌륭하기 그지 없지만 당시 기준으로 보면 재즈 메탈 인스트루멘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고 강력한데, 이 앨범이 1975년에 발매된 것을 기준으로 보면 이것의 훨씬 순한 맛인 Steve Vai나 Joe Satriani가 대중적으로 성공한 것이 90년대 초였던 것을 생각하면 어떤 음악의 스타일이 많은 대중에게 퍼지는 데 정말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Joe Satriani나 Steve Vai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메탈 스타일의 음악이구나 했었던 것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는데, 그것보다 훨씬 매운 맛의 음악이 이미 70년대에도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거다. 아니 그게 매운 맛이 아니라 그냥 보통 맛이고 원래의 것을 엄청 순한 맛으로 다시 만든 이들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뮤지션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Greg Howe가 Proto Cosmos를 연주해낸 것도 사실 처음 들었을 땐 역시나 충격이었지만 Greg Howe 색을 잘 묻혀놓은데다 맛을 제법 순하게 만든 것이라 나처럼 제대로 된 맛에 길들여지지 않은 이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때의 연주자들의 기량이 분명히 뛰어나고 이들의 라이브를 들어보면 (실제로 이 흔치 않은 기회를 난 놓치지 않았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연주하고 있는데, 21세기 뮤지션다운 해석이었다고 봐야 되지 싶기도 하다.
이런 훌륭한, 그리고 시절을 앞서갔던 음악들도 이젠 할배들이나 듣는 재즈 클래식으로 분류하는 시절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