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남용?..

substance abuse라는 용어를 우리 말로 번역하다보니 뭔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말로 된 것 같은데, 그냥 쉽게 말해서 정신적인 문제를 어떤 물질로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그 물질에 의존적이 된다는 말이라고 봐야지 싶다. 알콜 중독이 그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고.

이를테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를 피면 해소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열받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담배를 피러간다든가, 밥을 먹고 나면 담배를 피워야 된다고 생각해서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일들. 모두 물질 남용에 해당한다.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이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들 물질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큰 문제가 된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으니 문제가 된다. 이들 물질에 의존하는 이들도 그것이 실제로 그 어떤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떨쳐내지 못하는 것이다.

내 경험상 담배와 술이 스트레스 해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길은 없으나 한동안 열심히 의존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것들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상 체득하고 찾지 않으니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게 되었지만.

담배와 같은 경우는 일종의 자해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담배에 의존하던 때에도 그랬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좋지 못하면 그 스트레스를 자신을 담배의 독성으로 가해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어차피 담배를 피우지 않고 밖에 나가서 같은 시간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더라도 결과는 비슷하지만 담배에 의존하는 경우엔 몸이 상하게 된다는 차이가 생긴다. 대개 담배라도 피지 않는 경우엔 한창 바쁠 때에 나가서 밍숭 맹숭 산책이나 휴식을 취하는 자세가 잘 안나오기 때문에.

술도 마찬가지다. 저녁에 한잔 걸쳐주면 시름을 잊게 될 것 같고 기분 전환이라도 될 것 같지만 실상은 멍해진 상태로 잠시 머물다가 되려 씁쓸한 기분으로 마무리 하게 된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다음 날 아침에 상쾌한 몸과 마음으로 일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은 보너스가 된다.

맛도 없고 몸에 좋지도 않은 뭔가를 마셔주어야만 기분 전환이 되고 뭔가 막혔던 생각들이 풀려나갈 거라고 믿거나 기대하는 그 자체가 문제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는데 단지 술 기운이 있는 동안 잠시 멍해지고 허튼 생각과 판단, 말과 행동을 해나갈 뿐이다.

그래도 이 믿음은 쉽게 깨어지질 않는다. 매번 그것들에 의해 속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 할 때도 다 저녁에 만나면 한잔하면서 이야기해야 될 것 같고 그렇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 맨정신으로 이야기하더라도 술을 마셨을 때보다 더 흥분되고 즐거울 수 있다. 다만 술이 있어야만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조금의 갈망(craving)이 있다면 그것은 중독이라고.

오늘 저녁엔 식사에 와인을 곁들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