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함..

살아가면서 늘상 느끼는 게 허무함 아닐까 한다. 열심히 …했으나..

뭔가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에, 최선을 다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여지 없이 ‘그래봐야 다 소용없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응답만 돌아왔을 뿐이다.

그렇게 뭔가 (기대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다 의미없다 란 얘기를 늘어놓는 사람들만 계속해서 봐왔다. 어차피 될 놈 될..거란 거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그 시절 그렇게 유망했던 이들도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보니 그냥 나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살아가고 있고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들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영원히 승승가도를 달릴 것 같은 이들도 결국엔 추락하는 비행기 마냥 엄청나게 욕을 먹고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그래도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애석할 뿐인데, 나도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머지 않아 죽은 이들의 목록에 포함되게 될 것이니까 또 그렇게 애석할 것도 없다.

사실 어느 정도 쓴 맛을 보고 살았다면, 어떤 것에 대해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엔 의미 없는 일이 될 거라는 걸 모르면서 하는 사람은 없지 싶다.

‘지금 이렇게 용써봐야 뭐하냐. 또 다 부질 없어질 건데….그래도 (마음이 내키는 동안엔) 하는 데까지 해보자…’

사람이란 게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제 아무리 의미있는 걸 했다고 하더라도 죽으면 다 ‘무’로 돌아가게 된다. 사실 ‘사람은 죽는다’라는 명제 하에서 그 어떤 것도 허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전력투구 하는 것은 다 ‘나’를 위해서 인 것이다. 그나마 주어진 시간 동안 전력 투구 하지 않으면 나란 존재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버리니까.

그러니까 뭔가를 하겠다고 하고 있으면서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면 그냥 아무 것도 안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기왕에 할 거면 전력투구 하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게 되어있고 뭔가를 이뤘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할 수도 없고 결국엔 다 흐지부지 되고 잊혀지고 없어지게 되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눈을 뜨고 살아있는 동안엔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그러면서 산다. 결국 다 없어지고 잊혀질 것인데.

그냥 살아가고 지금을 즐기자는 말을 수도 없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일 보는 주가에 일희일비 하고 별 것 아닌 것에 분노하고 어차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에 목숨을 건다. 실상은 별 것 없다는 것을 수도 없이 확인했지만 쓸데 없는 희망과 환상을 갖는다.

한심하다. 그래서 더 우울해진다. 그래도 또 바보같이 희망이란 것을 다시 꺼내서 꾸역꾸역 살아가려고 한다.

지나고 보면 그래도 그런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보단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것 만큼 뭔가 잘 되었을 때의 기쁨도 잘 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도 크다.

세상이 전부 날 위해서 돌아가는 것 같던 순간도, 실패의 충격으로 맑은 하늘을 쳐다보기 싫었던 날들도 있고, 그 충격이 여러 해 가시지 않았던 때도 있다.

설탕을 퍼부은 만큼 단 맛이 더 많아지겠지 생각하겠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래도록 단 맛에 취해 있고 싶지만 또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란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건, 지금의 순간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 없는 셈 치라는 말 같이 들려서 그렇다.

어차피 죽고 나면 기쁨이든 고통이든 맛 볼 수 없다. 아쉽지만 멀쩡한 이가 있을 때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거다. 쓴 맛이든 단 맛이든 일단 즐기고 봐야한다.

어차피 순간 머물다 가는 허무한 인생, 쓴 맛 단 맛 처절하게 맛 볼 수 있게 하는 ‘살아있음’과 내 안에 ‘열정있음’에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