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잔인한 복수?

살아오면서 ‘내가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 돌려주겠다’ 마음먹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단지 내가 그 누군가에게 그렇게 당할만큼 뭘 얼마나 잘못했을까를 궁금해했을 뿐. 더욱이 나란 사람에게 그렇게 해야했을만큼 증오감을 키워갔을 그 사람에게 어떤 연민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서로 잘 소통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하고 말이다.

어찌되었든 그가 그런 엄청난 증오심을 갖게 된 것에도 나란 존재가 있었다는 것에 원인이 있으니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사과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정도의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 이가 나의 사죄 따위 받아줄리 만무하지만.

관계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되면 난 이 사람과의 모든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다. 이 ‘정리’라는 것은 (죽을 때 까지) 모든 것에 대한 단절과 함께 무관심을 포함한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의도하지 않게 그 누군가의 소식, 혹은 SNS를 통해 건너 건너 알게된 것들을 보면 뭐랄까 연민이 느껴지는 그런 지경에 놓여있음을 알게 된다. 그에겐 아쉬운 소식이겠지만 난 그 이후로 그의 증오 때문에 받던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없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을 알려준다면 그에게는 더 없는 로켓펀치가 되고야 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야 말로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닐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 대한 증오를 낙(?)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에게 있어서 증오의 대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다.

그에게는 나란 이가 그에게 했던 어떤 말과 행동 때문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증오의 원인이었으니까 그의 정보력이 닿을 수 있는 그 모든 영역에서 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바로 나의 사죄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이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를 증오해서 어떻게든 나에게 고통을 주려했던 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처절한 복수라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