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집에서 재워보기...(1)

근 1년 전쯤부터 자신의 휴가 때 내 집에 와서 있으면서 나와 놀아주겠다(?)하던 지인이 있었다. 내가 꽤나 심심해보였던 모양이다. 글쎄 정말로 심심했다면 그 지인이 와서 나와 같이 있다고 한들 나의 심심함이 날아가진 않을텐데 하며 그저 농담이려니 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는 정말 똘 eye이거나 ㅁㅊㄴ이 아닐 수 없겠지.

추석 휴가철이 가까와오니 내 집에 오겠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뭘 할 것인지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그가 염두해두었던 중요한 태스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어차피 내 입장에선 내 집의 일부를 빌려주고 나머지 인프라를 공유하자는 것으로 이해했다. 물론 나의 동의하에.

출발이 가까와 오니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여전히 없는데 오겠단다. 출발 시간과 예상 도착 시간은 내가 물어봐서 알게 되었다. 여러 번 물어본 끝에.

혹시나 확인차 그가 차량을 한 대 렌트할 것인지 물어봤다. 이 곳에서 심심하지 않으려면 나름 스케줄을 잘 짜오라는 말과 함께. ‘미국’이란 곳에 대해서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자평하는 이가 차가 없으면 생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지는 것을 모를 리 없고 여러 가지 보험문제라든가 귀찮음을 생각하면 비용을 지불하고 차량을 렌트하거나 열심히 우버를 불러서 이동해야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알 것이라 생각했다. 또 같이 같은 곳에 머문다고 하더라도 다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까 그런 것은 서로 건드리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움직여야 할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것도 아울러.

불행히도 이 인간은 내가 집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내 차를 함부로 쓰겠다고 한다. 별도의 스케줄 따위 없어도 자긴 잘 놀 수 있을 거라며 ‘너만 스케줄이 되면 내가 잘 놀아 줄께’ 한다. 슬슬 ㅁㅊㄴ의 기운이 느껴짐과 함께 이 ㅁㅊㄴ과 어떻게 1주일이 넘는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나 하는 공포가 엄습한다.

이 ㅁㅊㄴ이 공항에 도착했을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다. 지금은 비행기 편명만 가지고 검색해도 언제 공항에 내렸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시절이다. 어쩔 수 없이 메신저로 ㅁㅊㄴ의 도착 여부를 확인해 본다. 답이 왔다. 지금 자신의 짐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국 공항의 불편함과 함께 여러 가지 불평을 늘어놓는다. 글쎄 짐이 나왔든 말든 도착했으면 적어도 나에게 먼저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 ㅁㅊㄴ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도 오바다 싶어서 언제 내 집에 도착하게 될 거냐 공손히 물어본다. 대답이 없다.

사실 이 ㅁㅊㄴ은 내가 공항으로 자신을 픽업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주간에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엔 차를 쓰고 있지 않으니까 내 허락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차를 쓰려고 한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지 않았다면 난 바보같이 이 ㅁㅊㄴ을 픽업하러 공항에 갔을지도 모른다. 그쭘은 나한텐 별 일도 아닐 뿐더러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고 있다고 하면 기꺼이 하려고 했던 일이니까. 그런데 내가 픽업을 못 가겠다고 했던 것에 심히 불쾌함을 느꼈던지 그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야 말았던 것 같다.

짐이 제때 나오지 않고 있어서 짜증이 몹시 나고 있단다. 그러면 혹시 X시 쯤엔 도착할 거 아닐까 물어본다. 잘 모르겠단다.

한참 후에 메시지가 왔다.

‘앞에…왔어’

‘응? 어느 앞에 와있다는 거지?’

그렇다. 이 ㅁㅊㄴ이 아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내 집앞에 와있다는 의미였던 거다.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30분 먼저.

내 집에 도착해서 나에게 인사 대신 맨 먼저 건냈던 말이, ‘XXX ㅅㄲ때문에 환율이 많이 올랐다.’, 또 들고 오는 짐의 부피가 컸던 나머지 우버로 큰 차량을 불러야만 했고 그래서 얼마의 비용이 들었다고 말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이 상황에서 내가 친히 픽업을 나와서 자신의 알량한 돈을 아끼게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분노하고 있음을 능히 이해할 수 있다. 글쎄 자신이 우버를 불러서 지불해야 했던 비용은 억울하게 지출한 비용이고 내가 자신을 픽업하려고 내 집에서 공항까지 왕복하는데 까지 드는 시간과 비용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역시나 ㅁㅊㄴ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생각이다.

왜 출발하기 전에 연락을 주지 않았는지, 왜 도착 시간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하니 폰이 안되서 그런 거라며 얼버무리며 우버에 실렸던 짐을 하나씩 들고 내 집에 쳐들어온다. 반갑다 인사를 하거나 방문하게 되어서 반갑다 라거나 안내해 달라고 하는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기대했다는 스스로가 또 어리석었단 생각을 했다. 정말 ㅁㅊㄴ인 거다. 스스로 내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자기 짐을 마구 들여놓는 거다.

(이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