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ly pod을 쳐다보다가..

Aily pod을 몇 달 전에 30불 정도 주고 구입했던 것 같다. Costco를 들락거리며 Airpods를 볼 때마다 하나 사야지 하다가 결국에 그렇게 됐다.

생각해보면 내가 10대 때 같으면 나오자 마자 샀거나 아니면 눈독들이다가 결국에 샀지 싶다. 물론 비교적 최신형의 아이폰도 가지고 있고 등등 했지 싶고.

아저씨가 되어버린 이후에는 이런 물건들을 보면 ‘애들이나 갖는 물건’, ‘애는 최신형을 사달라고 하겠지?’ 그래서 나는 언감생신 꿈도 못 꾸는 물건, 아니 가져봐야 아저씨가 되어버린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물건이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뭔가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뒤로는 나는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뭐든 젤 싼 것을 구입했던 것 같고 그게 어려우면 중고를 사다가 좀 쓰고 처분해버리는 식으로 살아왔다. 어쩌다가 신품을 지르고 나면 속이 허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 물건을 쳐다볼 때마다 감가가 초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 마저 들기도 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저씨들은 대부분 나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나와는 달리 신품/최고 품질의 장난감들을 척척 사는 이들을 봐도 사실 나와 경제적인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내가 살아온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뭐랄까 깎아서 사야 할 것 같고, 값이 좀 떨어진 뒤에 사야할 것 같고, 뭘 사든 통장 계좌에 숫자가 보일랑 말랑하는 수준의 지출이 되어야할 것 같고, 그래서 나의 장난감 지름 때문에 그 누구도 피해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듯 하다.

사실 ‘남들 다 갖는’ 그런 장난감을 ‘내가 번’(?) 돈으로 구입한 것은 학교 다니면서 과외 아르바이트 같은 것들을 하던 때였던 것 같다. 뭐랄까 고등학생에서 갓 대학생이 된 뒤에 지출의 돈단위가 제법 커져서 부모님께 드리는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 다음 말이다. 과외를 통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뭐랄까 처음엔 내가 생각했던 노동의 대가보다 큰 액수의 돈을 만질 수 있어서 기쁜 마음에 갖고 싶은 물건을 덜컥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내 그렇게 벌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제서야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니까 과외를 열심히 뛴다고 하더라도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는 없었다.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모아뒀다가 학비를 부담하고 계신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 뭐랄까 그나마도 ‘사람 노릇’하는 거라 생각했던 기억이다.

문제는 이 습관이 점점 굳어지고 나서는 어쩌다 횡재수에 가까운 spot job이 생겨서 쓸만한 돈이 생겨도 모았다가 나중에 집안일이 있을 때마다 내놓게 되기도 하고, 직장생활을 해서 돈을 벌어도, 또 생각지도 않은 보너스를 받거나 푼돈 벌이 일들을 해서 생기는 돈, 출장비/야근비도 악착같이 남겼두었다가 일이 있으면 내어놓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어차피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돈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거 좀 모았다고 갑자기 부자가 될 것도 아니고. 어차피 월급만 꼬박 꼬박 받아 모았다고 나중에 쓸 충분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벌어들이는 모든 돈을 악착같이 모아 두었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뭔가 펑펑 질렀다고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되는 것도 아니고. 또 한방에 거지가 될 만큼의 지름을 결정할 용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