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되어야겠다 계획한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그럼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가?’라는 추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살아갈 뿐이다.’ 이다.

나는 나의 이런 삶의 방법에 대해서 그 누구로부터도 태클 걸려본 적 없다. 물론 질문 받은 적도 없었거니와.

나의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적어도 ‘나는 xxx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그대로 되었다. 그것 외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이 세상 누군가가 xx년에 yyy를 이루고 zz년에 qqq를 하겠다 라는 계획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대단히 조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여태 제법 많은 세월을 아무런 계획없이 살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몹시도 흔한, 소위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양새로 살아오게 되었다.

남들 학교 다니던 시절에 그렇게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하고 그러다 뜻하지 않은 시점에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나고 그러다 또 계획하지 않았던 시점에 결혼을 했고 결혼 생활 중에 2세를 낳아 기르게 되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게 되는 계획은 일반교육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달라질 게 하나도 없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시점에 집도 사고 이직도 하고 또 새 집으로 이사도 하고 인생의 수많은 사건들이 모두 그렇게 일어났다. 살다보니 필요가 생기고 뭔가 이뤄야겠다 하는 생각이 생겨나고 그것을 위한 활동을 하다가 요구 조건들이 들어맞게 되고 결국 그렇게 인생의 사건들은 일어났다. 난 이런 것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비슷한 패턴으로 일어나는 구나 했다. 그러니까 인생을 ‘계획’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달까?

이를테면 내가 배우자가 될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 이후의 출산이며 취학을 시키는 일이며 집을 사고 이사를 가게 되는 일 따위는 지금 일어난 것과 동일한 시점, 동일한 대상에 대해 이루어졌을리가 없다. 그러니까 하나의 사건이 그 이후에 일어날 사건들을 결정하는 것이지 내가 어느 시점에 배우자를 만나고 어느 시점에 결혼을 하고 하는 둥의 계획을 세울 수가 없었단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라는 사람은 운명을 내가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 흐름에 맞춰 가는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나?

신기하게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획이 있어서 뭔가가 언제 일어날 것이고 그땐 뭘 해야하고 언제까지 뭘 준비하고 등등 인생의 그림이 뚜렷한 모양이다. 도무지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면 제 때에 계획했던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갑자기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인생은 갑자기 총체적 난국? total panic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인가?

난 올해 아니 다음 달에 아니 당장 한 시간 뒤에도 무슨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매일 매일 살아가다보니 그 때 일어나는 어떤 사건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어떠한 모습으로 되어가고 있을 뿐이지, 이 세상을 처음으로 딱 한번 살아보는 내가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임종을 맞이 하기 위해 언제 어떻게 뭔가를 이루고 뭔가를 꾸리겠다하는 계획으로 살지 못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계획이 없이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함께 할 수 없다면, 그냥 기꺼이 보내드리는 수 밖에 없다.

그대 잘 가시라. 난 이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