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맷집 키우기..

자존감, 자존감 하는데 나는 이것을 심리적인 맷집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을 이 세상에 그냥 열어놓으면 이렇게든 저렇게든 두들겨 맞는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멍이 들어버리거나 상처가 나게 되면 아플 수 밖에 없고 그냥 살짝 스치기만 해도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통증에 너무 몰입된 나머지 회복이 되기도 전에 자꾸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 위에 뭔가를 하려고 하고 하다보면 상처가 회복되기도 전에 그 자신이 빨리 지쳐버리게 되는 상황이 되는 거다.

마음이 상처를 입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든 내 자신이 그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게끔 나를 그것으로부터 분리시켜 잘 나을 수 있도록 가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마음이 아프다고 느꼈다면 더 이상 마음이 다치지 않게 잘 덮어주고 더 이상 외부와 접촉해서 덧나지 않게 해줘야 한다고. 이것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이 정도 쯤이야 쉽게 아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만용을 부려봐야 더 오랫동안 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내 자신이다.

마치 무릎에 난 상처에 너무 신경쓰고 있으면 빨리 아무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계속 통증을 느끼고 더 잘해보려고 애쓰다가 되려 상처를 덧나게 만들고 하는 것처럼. 상처를 잘 덮어두고 다른 재미에 빠져서 잘 놀다보면 그 상처는 어느 새 언제 그랬냐는 듯 나아버린다.

그러니까 나의 한계를 잘 인식하고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서 내 자신이 회복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맷집이란 게 있을 수가 없는 게 제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한번 상처가 난 마음은 어떻게든 회복이 되기전 까진 제구실을 하기 어렵고, 여러 번 연거풔 상처가 나고 아물고 했다고 해서 마치 굳은 살이 생겨버린 것처럼 여간해선 상처가 나지 않게 된다거나 또 상처라 나더라도 그 회복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번 상처가 난 뒤로 확실히 아물지 않았는데 또 다른 상처를 연거풔 입다보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타인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또 내가 마음에 상처를 입고 회복 중에 있는 것을 알아주고 나 대신 돌봐줄 리도 없다. 그런 척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직 내 자신만이 그들에게 더 이상 상처 주지 말라고 말해야 하고 상처가 빨리 아물도록 그들로부터 보호해주어야 하는 거다.

바로 자존감이라고 하는 것은 내 마음을 타인들이 함부로 건들 수 없게 하는 ‘보호기전’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이 내 마음에 함부로 상처내지 못하게끔 제압하는 그런 장치이고 힘인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나는 내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쓸데없는 이타심이라든가 내가 아닌 특정인 누군가가 우선이 되어야한다는 착각 따윈 하지 말자. 이 세상에서 나를 돌봐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오직 ‘나 자신’이다. ‘내’가 없으면 이 세상이며 타인 따위는 모두 다 의미가 없다. 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되면 ‘나 자신’은 한없이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타인이 함부로 도발해도 되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다.

소위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내가 무심코 나의 마음을 열어놓은 상대에게 내 마음에 상처를 낼 수 있도록 내버려둔 경우이다. 또는 타인과 동조하여 나 자신은 아무렇게나 되도는 존재라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이다. 또는 내가 상대방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상처를 내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에서 그 또한 내 마음의 상처를 내도 좋다고 허락하는 경우이다. 이것들은 모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 자학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누군가 내 부모나 내 가족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을 참을 수 없듯이, 누군가 나에대해 함부로 말하고 나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을 참아내서는 안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자신을 삐딱한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서도 안된다. 또 내가 상대방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상처를 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상대방의 부주의에 의한 것이니까 오로지 나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비록 상대방이 나로 말미암아 상처를 입었더라도 그가 나의 마음에 상처를 낼 권리 따윈 있을 수 없다.

단지 미안하다, 내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었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 또한 그 스스로의 마음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니까.

다시는 내 마음을 그렇게 무책임하게 누군가의 손에 내어주는 무모한 짓을 하지 말자. 그 누군가가 아무리 좋고 그 스스로 믿을 수 있는 사람, 나를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더라도. 그 사람이 내가 될 수 없고 내 마음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없다. 사랑한다라는 말은 곧 언젠가 모두 부정되는 시점이 올 수 밖에 없다. 사람이란 게 자기 밖에 모르는 것이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