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deal...

최선의 선택 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 왜냐면 미래를 알 수 없기도 하거니와 현실에서 모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의 경우의 수만큼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소위 여러 가지 선택에 따른 비용을 따져서 practical한 결정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Bayesian decision 이라든가 하는 것들도 확률을 알 수 없고 cost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으니까 적용할 수 없다. 이것은 모든 계산이 칼같이 떨어지는 가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거다.

일단 불확실한 요소가 개입되면 best decision이란 건 없다. 단지 ‘가장 그럴싸한’ 답을 찾는 방법이랄까 (maximum likelihood) 하는 게 있는데, 이 역시도 잘못 결정할 확률이란 게 있다. 잘못 결정할 확률이 0이 아니란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무리 미리 알고 있는 게 많고 이론적으로 최선의 결정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불확실한 요소가 개입되면 최선의 선택이란 걸 내릴 수 없을 수 있단 거다.

그래도 나 스스로 뭔가 어렵게 매우 중요한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이것 저것 많이 비교해봐야 할 것 같고 많이 많이 알아보고 나서 얻어진 것이어야 한다는 착각(?)이란 게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매우 좋은 조건으로 나온 spot deal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spot deal이란 것은 지금 내게 짧은 기간 주어진 선택 옵션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배경이야 알 수 없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해서 매우 짧은 기간 아주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어리석은 이들이 쉽게 이 기회를 놓치는 이유는 내가 열심히 찾고 얻으려 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주어진 deal이라서 그렇다. 때마침 내가 시장조사를 하려는 시점에 이런 deal이 떡하니 나오게 되면 이게 정말 좋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거란 거다. 그게 여기에서 그쳐버리면 다행인데, 이 사람에게는 이것이 일종의 reference 내지는 standard price처럼 확립이 되어서 정말 드물게 나오는 deal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더 좋은 deal이 나중에 나오게 될 것이란 욕심이 생겨나게 하고 결국에 현실적인 선택을 포기하고 더 나은 선택이 시간이 올 것을 기다려보기로 결정하게 만든다.

하물며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할 때도 이런 일은 마찬가지로 벌어진다. 대개 이 때 결정을 현명하게 하게 되면 이후의 인생을 바꿔 놓는 대박을 맞게 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두고 두고 오지 않을 기회를 그냥 놓쳐버린 경우가 된다. 이런 선택을 놓쳤다고 해서 그 사람과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냥 대박 기회를 놓쳤을 뿐이지 그 사람의 인생은 그냥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예측되는 모양새로 살게 될 뿐인 거다.

어차피 인생이란 건 베팅이다. 카지노에 가서 얼마간의 돈을 다 쓰고 올 생각으로 아무 기대없이 시도하는 그런 베팅이 아니라 나의 인생과 시간, 돈을 제대로 걸고 분명 최대의 이득을 얻겠다는 목표로 하는 베팅 말이다. 당장 눈 앞에 걸린 돈 몇 푼에는 벌벌 떨고 아까와하지만 훨씬 많은 돈/시간/인생이 걸린 문제에는 근거없는 믿음과 욕심 따위에 의존해서 베팅을 하는 과감함을 보이는 게 사람이다.

갑자기 좋은 deal이 나오면 이게 정말 좋은 deal인지 아닌지 주변사람들에게 확인하기 마련이다. 쥐뿔 모르는 이들이 거든다. 분명히 더 좋은 딜이 있을테니까 이걸 놓치더라도 걱정 말라는 거다. 하지만 이들이 내게 지나가버린 spot deal을 가져다 줄 수는 없다. 잃어버린 내 인생의 기회비용 따위 생각해줄리 없고. 또 같은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함부로 남의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따윈 아랑곳 없다. 세상은 그런거다.

정리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