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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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터넷을 뒤져보니 인간 관계에서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이라는 게 있는 데 이것으로 서로의 관계를 분석하는 도구로 삼고 있다고 한다는 얘길 들었다.
대충 나눠보면
- 안정애착 (secure attachment): 자기긍정, 타인긍정
- 회피애착 (insecure-avoidant): 자기긍정, 타인부정
- 불안애착 (insecure-axiuous): 자기부정, 타인긍정
- 불안-회피애착 (insecure-axious-avoidant): 자기부정, 타인부정
찾아보면 이것 말고도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쨌든 그렇다. 대부분 성인의 경우 위의 3가지만 주로 언급을 하고 있다.
애착이란 것은 누군가를 좋아해서 믿고 의지하는 그런 감정상태 말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여기서 ‘긍정’이라고 하는 것은 그 관계 속에서 사랑받을 것이라 스스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이 안정애착형에 들어있길 바라고 있지만, 그래서 건강한 심리상태에서 대인관계를 하길 원하지만 실상 어떤 관계가 맺어지면 위의 네가지 중 하나에 속하게 되는 모양이다. 사람은 어차피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딱 한가지 형태로 머물러있다기 보단 이 또한 변화한다가 맞을 듯 하다.
좀 애매한데,
- 안정애착은 나 스스로도 상대로부터 사랑받고 싶어하고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사랑할 것으로 여기는 타입이다.
- 회피애착은 상대에게 사랑을 기대하지 않기에 관계에서 상대방과 거리를 둔다.
- 불안애착은 상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기대가 크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려 애를 쓴다. 감정기복이 크다.
- 회피/불안애착은 나 스스로도 사랑을 받고 싶은 생각이 없고 상대로부터도 그걸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꺼리게 된다.
나의 경우는 어려서는 안정애착이었다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점차 불안-회피애착의 형태로 변화해갔던 것 같기도 한데, 아마도 그것은 최소한 가정을 꾸려서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며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싶다.
견해에 따라서는 하나의 사람이 하나의 형태에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정도의 성향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란 게 일관되다고 할 수도 없고 사회관계라는 틀 속에 있다보면 본래의 성향이 어떤 것이었든 상황에 맞춰가며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이를테면 어렸을 때 안정애착인 사람이 (그러니까 자라면서 스스로도 사랑받을 존재라 확신하게 될만큼 사랑받고 성장과정에서 부모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아왔는데) 사회생활을 하면 다양한 인간형을 만나야 하고 원치않게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므로 (어차피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지만) 나 스스로는 충분히 인정받을 존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지만 그에 비해 싸늘한 피드백을 받고 살아가야 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결국 회피애착의 형태로 가는 경우가 많고, 만일 그러한 관계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까지 무너지게 되면 회피-불안 애착의 형태로 가게 되는 것이지 않나 싶다.
어찌보면 이것은 세상을 덜 다치고 살아가야겠으니 스스로가 그렇게 적응한 경우라고 봐야지 싶다. 좋다 나쁘다 를 떠나서.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열어서 터놓고 ‘나도 100% 너 좋고 너도 100% 나 좋다.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아!’ 하는 인간관계를 확립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그게 나의 인간관계 대부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세상 사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단 말인가? 그렇지 않은 세상에서 살다보면 사람한테 상처받기 싫고 나 또한 상처주기 싫으니 그렇게 그렇게 거리를 두고 살아가다보면 나는 타인의 애정없이도 살 수 있어야 하고 타인에게 애정을 주지 않아도 혼자 만족하면서 살아야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싫고 그렇다고 타인에게 무작정 도움을 주고 있을 수도 없는 것 아닐까? 나는 갖은 애를 써서 혼자 버텨내고 있는데, 타인은 그렇지 못해서 나한테 와서 계속 도움을 받으려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글쎄 덜 성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멀리할 수 밖에.
그래도 가족으로 묶인 관계라면 다 받아줘야하고 연인관계라고 선언한 사이라면 끝없이 다 받아주고 수용해야 되는 건가? 역시 나는 아직 ‘회피-불안 애착형’이 맞나보다.
그래도 기왕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사람 좋다’라는 말을 듣고 살려면 어떻게 해서든 ‘안정형 애착’의 성향을 갖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 스스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존재라 여기고 또 인간관계를 통해서 사랑을 확인하고 안정감을 획득하면서 또 타인들을 사랑하고 그들도 모두 믿을 수 있는 존재라 여기며 살아가야지. 그러니까 과거의 나를 허무는 길은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모든 부정적 감정을 부정하고 그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계속해서 재해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비록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수가 있더라도 그 모든 노력은 남이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이니까.
사람들에게 계속 다가가고 그들이 보여주는 마음을 통해 나의 안정감을 얻고 나 또한 그들에 대해 강한 애정을 갖고 그것을 나눠주면서 살아가야지. 어차피 서로 잠시 얼굴 보다 말 사이라고 생각하고 거리를 두거나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그들에 대한 좋은 감정을 일부러 속이거나 감추려 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
결국 ‘사람이 먼저다.’ 란 말이 내 마음속에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