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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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은 일종의 스크린에 맺혀진 상을 보고 있는 관객과 같아서 그 상이 어떻게 비춰지느냐에 따라서 울고 웃고 기뻐하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실은 기쁘지도 슬프지도 웃기지도 괴롭지도 않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인 우리의 마음이 그런 감정을 우리의 경험, 그 때의 기분에 맞춰서 그렇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이 너무 기쁘거나 너무 슬프거나 괴롭다거나 하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충고를 해주곤 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우리의 마음을 동요시키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라는 나의 마음이라는 관객이 그렇게 받아들일 뿐. 마음의 평화는 이런 습관을 바탕으로 얻어진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그냥 그러하다 그럴 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겠다라는 이치만 깨닫으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다지 기쁘거나 슬프거나 괴롭지 않다. 단지 내가 그렇게 느낄 뿐.
가끔씩 저녁에 너무 단조로운 느낌이 들 때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게 된다. 적당히 술기운이 오르면 뭔가 마음에 올라오는 감정이 약간 증폭되는 느낌을 받는다. 대개 그렇게 감정의 폭이 늘어나면 뭔가 더 재밌는 생각을 해낼 때도 있고 누군가와의 대화에서도 보다 진솔해진다거나 쓸데없이 많은 말을 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그 상태에서 벗어나서 이전의 상태를 검토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불필요한 행동이나 말을 했다는 후회를 하게 된다. 그렇게나 사람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이게 지나치면 반추에 시달려서 오히려 우울한 기분을 갖게 되기도 하고. 여기에 카페인을 다량 섭취해서 어느 정도의 흥분까지 겹쳐지면 그 상태는 더 증폭된다.
따라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수도자의 생활태도를 따라가야 할 수 밖에 없다. 술과 카페인 따위는 가까이 하지말고 늘상 경건하고 평화로운 생각과 말을 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늘 유지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대개 이렇게 생활하면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이나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어찌보면 나란 사람이 대단히 건조해지고 예측가능한 행동과 말을 할 확률이 더 높아지니까 ‘안정화’가 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것이 에측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해서 뒷수습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맞이 하는 것보단 낫다.
물론 나의 과거를 되돌려 보면 과음을 했다고 특별히 문제를 일으켰다거나 하진 않는다. 과음을 하면 십중팔구 쓰러져 자는 성질 때문이지 싶은데. 다만 너무 너무 뻔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하루 하루에 살짝 변화를 줄 수 있었다는 정도. 그렇다 하더라도 쓸데없이 후회할 일이라든가 두고 두고 창피스러울 일은 하는 건 아니다 싶다. 이 여파는 작게는 몇일, 아니 몇주나 가기도 한다.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라고 하면 그냥 그땐 그랬구나 웃어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뭐랄까 나란 사람의 성숙도에 의심이 가는, 인간으로서의 신뢰도에 금이 가게 할만한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까.
대개 그러하니까 약간의 일탈(?)을 위해서 혼자서들 술을 마시지 싶지만, 특히나 팬대믹때 락다운이 걸려있던 시절에 주로 그랬다는데, 그 역시도 사실은 별로 좋지 못하다. 누군가와 마주하고 하지 못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게 있어서 SNS로든 메신저로든 감정을 분출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가끔씩 누군가 내 앞에서 자신의 숨은 생각이나 감정을 분출하는 것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어렸을 적 학교 다닐 때 그러했듯.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네가 아직 젊구나…’ 혹은 ‘(정신적인)에너지가 넘쳐나는 구나..’ 따위의 철(?)이 덜든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이니까.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감정이란 건 절대로 드러내지 말라고 하니까 꽁꽁 싸매야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입으로 내뱉는 순간 되돌릴 수 없으니 꼭 다물어야 하고.
아 진짜 인생 참 재미없고 무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