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 싱크로 물넘침...

미국식 주방은 뭐랄까 물리의 법칙을 거스르는 신기한 방식으로 되어있어서 식기세척기가 배수하는 관이 싱크대 높이로 연결되도록 되어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식기세쳑기의 배수관은 airgap이라고 부르는 뭔가 공기가 빠지는 구멍과 연결되고 그게 다시 싱크대 밑에 있는 흔히 디스포저라고 불리우는 sink disposal이라는 기계에 측면으로 연결된다.

그러니까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게 아니라 식기세척기의 펌프에 의해서 위로 뿜어져 올려지고 그게 싱크대 밑에 디스포저로 가는 형식이라서 그 파이프안에 이물질이 잔뜩 앉게 되면 막히게 된다. 막히면 어떻게 되느냐? airgap이라고 하는 구멍으로부터 식기세척기에서 배수된 물이 뿜어져 나오게 된다.

나는 미국에 와서 이것을 여러 번 경험했는데, 사실 대부분 손으로 설겆이를 하는 편이고 새집에 이사와있어서 이런 문제는 볼 일이 없겠구나 했는데, 웬 걸 그렇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디스포저와 연결된 관을 분리하고 연결부를 들여다보니 뭔가 내용물을 확인하기 어려운 찐득한 것들이 잔뜩 들러붙어있었고 때마침 사다놓은 하수도 청소용 툴을 이용해서 열심히 이물질을 긁어내고 다시 연결했더니 감쪽 같이 다시 잘 동작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제법 많이 만들고 먹는 편인데, 그러면 파이프 내부에 이물질들이 잘 들러붙는다. 아주 뜨거운 물로 식기를 세척하고 제법 강력한 세제를 쓴다면 식기 세척기 배수시에 그 물이 지저분한 관을 지나며 나름 청소를 할 수 있게 되는 건데, 워낙 가끔 (1년에 3-4번?) 하는 일이다보니 이런 경우를 맞게 된 거다.

그래서 요약하면,

일단 한 번 뜯게 되고 그걸 급한 김에 손으로 어떻게 해보게 되는데, 그 더러운 찌꺼기들이 손에 한번 묻으면 냄새가 여간해서 잘 가시지 않는다. 꼭 장갑을 끼고 작업할 것을 권하고 파이프를 분리할 때 물이 흘러나올 수도 있으니 물받이용 그릇을 가져다 놓는 게 좋고 대부분 하수도 찌꺼기가 흘러나오게 되니 지저분한 것을 담는 통이면 좋을 것 같다.

수리 시간은 대충 5분 이내이다. 전동공구가 있으면 더 빠르고 하수도 청소용 쑤시개가 있으면 빠르고 쉽게, 그리고 깔끔하게 일을 마칠 수 있다.

일단 청소가 완료되었다면 식기세척기를 세제를 진하게 해서 정상 사이클로 작동해줌으로써 관에 묻어있는 남은 찌꺼기들이 잘 떨어져 나갈 수 있도록 하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