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쇼핑...

Featured image

갑자기 차를 사야겠다는 바람이 들어서 열심히 갈등(?) 중이다.

어차피 사람의 결정이라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리 많은 갈등이 있더라도 결국엔 처음의 끌림으로 끝장나는 것이었기에 계속해서 딱 하나의 모델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긴 하다만.

나란 사람이 어느 시점부터는 minimalism?을 좋아하게 된 까닭에 군더더기 없는 Tesla가 몹시 끌린다. 한때 괜찮다고 생각했던 차들이 죄다 별로로 보인다.

쓸데없는 편의 기능들 이런 것들 다 무의미해보이고. 그냥 차만 잘나가고 핸들링만 잘 되면 그만이지하는 그런 생각?

가격대를 보면 Model S가 8만불 후반대인데 인근지역에 미리 가져다 놓은 것을 사면 대략 3-4천불 싸게 살 수 있을 듯 하다. 어차피 난 옵션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데다가 고를 수 있는 옵션이라는 게 색상만 맞으면 별 차이가 없다. 내장이 black이든 baige든.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때가 타고 낡아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고 보나마나 마감이나 단차가 형편없다는 테슬라인 만큼 뜯어보면 마음 아플 구석이 많을 것도 이미 충분히 예상하는 바라.

대충 7만불대 가격을 형성하는 GV60만 봐도 차체가 작고 내뿜을 수 있는 마력은 훨씬 낮은데도 불구하고 뭔가 럭져리함을 뿜는다는 이유로 저 가격을 받아야 하는 느낌이 있다. 내장을 보면 이것 저것 주렁주렁 달렸지만, 또 뱅엔 올룹슨 오디오가 달렸다지만, 관리할 걸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고 외관도 사실 딱히 고급스럽단 느낌보단 조잡하단 느낌만 준다.

그러면 ‘lucid air’를 사보는 것은 어때? 하는 소리가 있지만 얘들은 10만불 부터 시작한다. 모양새도 뭔가 더 퓨처리스틱한데 이런 에일리언급의 퓨처는 사양한다.

테슬라는 타보면 뭐랄가 고급스러운 느낌보단 잘 만들어진 컴퓨터 시스템에 적당한 껍데기, 그리고 배터리와 구동장치로 구성된 그런 느낌만 강하게 든다. 껍데기를 만드는 노우하우가 여전히 쌓이고 있는 중이라 소음도 제법 있고. 그런데 그 모든 아쉬움이 뛰어난 구동장치의 매력에 빠지면 아무 것도 아니게 느껴지는 그런 물건이다. 그러니까 8만불을 (세금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하면 그냥 10만불이라고 봐야된다) 가지고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고속 주행이 가능한 그런 세단? 이런 느낌이다. 스포츠카 광이 아니면 사실 거기에 6-70%에 미치는 성능이라도 충분히 감동을 받는다.

사실 스포츠카를 몰고 있는 내가 아는 사람들을 보면 스포츠카의 성능을 살려서 몰고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그 외관이며 내장의 고급스러움만을 즐길 뿐. 고작해야 하이웨이도 거의 안나가고 로컬로 출퇴근하려는 용도가 고작인 거다.

대개 그런 이들에게 Model S를 살까한다고 하면 ‘이 돈을 주고 그런 물건을 사?’ 하는 반응이 많았는데 Porsche의 Taycan을 사라는 얘길 가장 많이 들었다. 그게 좀 그러면 Cayenne을 사라는 소리도 듣고. Model S와 Taycan은 뭐랄까 컨셉 자체가 다르다고 본다. Taycan은 전형적인 스포츠카라 일상을 위해 몰고 다니기엔 좀 부담스러움이 있고 Cayenne은 뭐랄까 이쁘게 디자인된 Family SUV?다. 둥글둥글하게 비싼 느낌을 준 Touareg의 느낌 그거다. Model S는 에브리데이 카로 쓰기에도 좋고 (약간 럭저리한 느낌에 차체가 약간 큰 느낌은 있지만) 여기에 상대적으로 Model 3는 너무 작은 느낌이 있어서 그 중간급의 모델이 나오면 딱인데 하는 아쉬움은 좀 있다.

그래봐야 BMW 5 시리즈와 거의 비슷한 차체 크기고 (2인치쯤 차이 날까?) BMW7에 비하면 날렵해보이니까 부담스럽다고 하긴 좀 뭐하다. 디자인이 좀 오래되고 등등 안좋은 얘기도 다 안 가져본, 안 타본 사람들이 하는 소리니까 쓸데없고. 예전에 비하면 훨씬 더 미니멀리즘이 강해진 디자인이라 더 맘에 든다. 다만 요새 차가격의 거품이 몹시 심해지고 3-4년 지나면 감가가 엄청날 것 같은 느낌이 좀 든다만, 그런 거 생각하면 절대 차 못 산다.

내 주변에도 대충 5-6년 전부터 차를 산다고 말은 하는데 차값이 떨어지길 기다린다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그들은 이젠 되려 차값이 훨씬 더 올라버려서 아무런 결정도 못 내리고 있다. 누군가 촉매장치를 떼가서 울며겨자먹기로 구입하는 경우가 아니면 그냥 버티기 모드인거다.

인생 뭐 있나. 좋은 거 오래 오래 즐기고 살면 장땡이지. 까짓거 돈이야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거고. 고작 10만불 짜리 차 한대 샀다고 카푸어? 소리들을 제정상태도 아니고. 어쨌든 조만간 주문 버튼 누를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