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와 라떼에 잠시 빠짐..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난 5/6월에 어쩌다 여기 저기서 커피를 마시는 일이 생겼다. 사실 제법 오래전부터 커피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한창 유행이었어서 그런가 커피집에서 만나서 재미난 커피를 시켜놓고 이야기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그렇게 유튜브 관련 영상도 이거 저거 알아보다 보니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1) 기왕에 할 거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를 사야 겠다. 2) 아니다 그래도 가성비 최고의 솔루션이 있을 거다.

사실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려고 하다가 미국에선 그게 그다지 용이하지 않기에 (너무 무겁다보니 배송비도 엄청나다) 그냥 소소하게 가성비 솔루션을 가기로 맘먹고 일단 소형 에스프레소 머신부터 샀다.

결과는 별로 좋지 못했다. 맛도 맛이고 추출하는 모양부터 이거 저거 다 맘에 안들었다.

커피 전문 유튜버들과 나와의 가장 큰 차이는 그라인더였는데, 열심히 인터넷 발품을 팔고 보니 700불이나 하는 유레카 미뇽 스페셜리타와 거의 동일한 스펙인데 수동으로 나온 200불짜리 필트로 라는 제품이 가장 만만했다.

필터용 커피 (pourover coffee용) 그라인더라는데 매우 작은 입자로도 잘 갈려나왔고 무엇보다 입자가 고르게 나오는 게 일품이었는데, 그 덕택에 에스프레소 맛이 아주 좋게 뽑혔다. 뽑히는 광경도 아주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에 딱 400불 정도 들었다. 세금 포함해서. 바텀리스 포터 필터 등등 포함하면 대충 500불쯤? 결과는 맘에 든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빨리 고장나지 않는 한 싼값에 제법 억수로 뽑아마실 수 있는 구성이다.

400불이 어느 정도냐고 하면 요샌 어딜가나 에스프레소 한 잔이 4불인 시대라 100잔 정도의 가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2파운드 원두는 대략 14불쯤 하는 시대고. 밖에서 사 마시면 맛이 없어도 참아(?)야 되는 것이라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게 훨씬 좋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decaf도 만들어 마실 수도 있고 이것 저것 더 넣고 뿌려서 맛을 깊게 만드는 것도 다 내 맘이고. 자리값 내고 들어온 게 아까와서 오래 엉덩이 붙이고 재미없는 곳에 앉아있을 필요도 없고. 불편하게 노트북 들고 꾸부정하게 앉아 있을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