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구입하는 과정을 어떻게 정당화/명분화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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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한 대 새로 사야지 했던 게 대략 2016년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대략 6-7년은 지난 셈이니까 이제쯤 한 대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라고 본다.
때마침 팬대믹 덕택에 뭐랄까 전세계적인 경제상황 변화가 매우 가속화되고 뭐랄까 변동성이 많이 심해졌는데, 때마침 전기차의 출현은 뭐랄까 이 바닥 판도를 많이 바꿔놓았다. 나처럼 돈 쓰기 싫어하는 사람도 차를 사야겠구나 맘먹게 만들었으니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엔 tesla의 차량들이 tax credit을 받고 사기에 적당한 계층의 사람들이 많은 모양인지, 젊은 이들은 model 3, 가족이 있을 법한 이들은 model y를 대부분 끌고 다닌다. 대낮에 식사하러 나가보면 주차장에 거의 반 정도가 테슬라의 차량들이 세워져있을 정도니까 말 다했다고 봐야지 싶은데, 상대적으로 tax credit을 받을 수 없고 그렇다고 딱히 새로운 차를 사야 할 때가 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은 구입하기도 뭐하고 안 구입하기도 뭐하다보니 뭐랄까 세상 흐름에 뒤쳐지는 느낌을 받는다.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차량들의 강력한 토크를 보고 있자면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마다 경제적으로 설계된 가솔린 차량의 비애가 더 한층 느껴진다. 엔진 소음은/연료 소모는 심한 것 같은데 차량은 절대 앞으로 나갈 생각을 안하고 있다거나, 장거리 운전을 하려는데 누군가 대신 해줬음 하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 때 전기차의 생각이 간절해지는 거다. 연료절약이니 이런 건 별로 관심없다. 그냥 오래된 개솔린 차량이 가지지 못한 전기차의 장점들만 보일 뿐.
주변의 나이든 사람들은 전기차의 배터리 위에 앉아서 운전하는 게 겁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잘만 타고 다니고 있는 차를 운전하는 것이 무서울 것 같다니 말 다했지만. 이 사람은 백신이 잘 보급되어 팬대믹의 위험이 제법 누그려졌을 때도 코로나에 감염되어 죽을 지도 모른다며 걱정하던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지금 상황에서 차를 바꾸고 싶은 이유는 딱 하나다. 원치 않게 경제 상황에 맞춰 구입한 차를 10년이나 끌고 다니다보니 이젠 좀 그런 것에 덜 구애받고 이쁜 차를 몰고 싶어졌단 거다. 그래도 차란 게 한 두 푼 하는 물건이 아닌지라 그래도 나름 고민을 해야하겠기에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머리에 떠 오르는 차는 딱 한 종류 뿐인 거다. 정말 미치겠다.
짐이 많이 실리는 차도 아니고 경제성이 좋은 차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럭져리 브랜드의 럭져리해보이는 모델도 아니다. 이미 나온지 10년도 넘은 Tesla의 Model S인 거다. 사실 6월에 충동구매를 했다면 주차장에 세워져 있을 차인데, 그게 잘 안되버린데다 6월 말 밀어내기가 끝나자마자 가격이 원복되어버린 상태다. 거기에 standard range model이 대략 1만불 아래로 출시된다고 한다.
들려오는 정보를 종합하자면 차량의 중량은 같은데 range가 줄은 것으로 보아 long range model과 동일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 배터리의 용량을 줄여서 나중에 그 software lock을 추가로 비용 부담을 하면 풀어주는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상황인 것이다. 웃기지만 그러하다.
그러니까 6월 말 밀어내기 때를 보면 인벤토리의 물건들을 7,500불을 디스카운트 해줬으니까 이번엔 더 크게 디스카운트를 하게 될 판인데, 기왕에 그럴 바에야 성능차가 약간 나는 모델을 출시하는 것으로 해서 만불을 디스카운트 해줌으로써 수요를 끌어모아보겠다 하는 것이다. 그냥 만불을 디스카운트 하면 여러 모로 보기 좋지 못하니까 동일한 물건을 성능을 강제로 저하된 것처럼 해서 팔아놓고 나중에 뭔가를 하게 해준다는 식으로 만들어 놓은…그러니까 조삼모사식의 마케팅을 하려는 것 아니겠나 하는 거다.
어차피 300 마일 이상의 장거리를 운행할 이유가 별로 없고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대개 배터리가 바닥나기 전에 충전하기 때문에 이런 성능 저하가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 대신 1만불이 낮게 가격을 정해버리게 되면 망설이던 나와 같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가격절하가 아닌 저렴이 모델을 출시한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게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작함으로써 별도의 라인이나 프로세스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지금의 내가 차를 고를 때 중요시 생각하는 것과 가중치는 다음과 같다.
- 모양이 내 맘에 들어야 한다. : 10
- 유지보수가 경제적이어야 한다. : 8
- 사고시 수리가 빨라야 한다. : 5
- 가격이 적당해야 한다. : 7
대충 이 기준으로 고르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얻는다. 아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