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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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로 게임을 하는 습관이 들었다. 한 게임당 약 10분 단위라 출퇴근 시간에 일부러 시간을 보내는 데 참 도움이 되다보니 이게 습관이 된거다. 나중에 지나고 보면 다른 의미있는 것을 하면 될 것을 괜히 게임하느라 무의미하게 보낸 것 아닌가 싶어 전부 지우고 나니 틈만나면 게임을 하다가 틈만나면 섭섭한 기분을 갖게 된다.
사실 그 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한 번 하고 와도 되고 턱걸이를 여러 세트 하고도 남는데, 의미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느라 손을 고생시킨 거다. 그런데 그렇게 그게 의미가 없는 것일까?
내게 주어진 시간이란 게 유한한데 시간 보내기를 한다는 자체가 마치 정해진 크기의 물탱크에 들어있는 물을 무의미하게 그냥 흘려보내는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잠자는 시간도 아껴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 맞겠지만. 나란 존재에게 부여된 생명이란 것도 내가 원해서 얻어진 게 아니고 그 생명이 온전히 지속되는 시간이란 게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너무 빡시지 않게 적당히 유용하면 되겠지 싶다. 시간이 바닥났음을 알게 된 시점에 억울해 한다거나 의미없는 후회라는 것을 하지만 않다면.
우리는 ‘유한한 존재다, 그러니까…’ 라고 생각하는 것 보단 이 세상의 티끌보다 작은 존재로 태어나서 그냥 그렇게 주어진 생명이 다 할 때까지 그냥 살다간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엄청난 사명을 받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나에게 엄청나게 큰 임무를 그 이후에 맡겼을리 없고 그것을 내가 완수해야 할 의미도 없다. 누군가를 위해서 살다가 갈 이유도 없고 그저 나란 생명이 괴롭지 않게 살게끔 하면서 몸이 허락하는 시간을 누리다가 가면 되는 거다. 게임을 하든, 게임보다 더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하든. 본질이 달라질까?
늘 뭔가가 때에 맞춰서 준비가 되어있어야 되고 지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적어도 적정시점까진 준비를 해야되고 그렇지 못하면 가책을 느끼고 그러니 어떤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등등 하던 삶은 이젠 안녕이다.
즐겁게 잘 보낼 수 있다면 감사하고 준비가 안되서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그게 나란 사람의 지금 모습이니까 그러려니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예습할 이유도 없고 복습할 이유도 없다. 어찌보면 지겹게 살았다. 아직도 안 지치고 버티고 있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인데 뭘 더 하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