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유감...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땐 뭐랄까 녹음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다시 말해 연주자들의 역량이 너무 좋고 그래서 소리가 너무 좋기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연주를 잘한다는 것은 그냥 연주기량이 좋다가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그냥 다 훌륭하단 뜻이다. 그러니까 개떡같은 곡을 가져다 주어도 간지 좔좔 흐르는 음악으로 탈바꿈 시켜주는 건 기본이고. 어찌보면 개떡같은 음악이란 건 원래 없는데 곡 구성이라든가 연주/사운드가 엉망이 되면 결과적으로 개떡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서태지가 뛰어난 기타쟁이도 아니고 서태지와 아이들안에 그런 사람이 있을리 만무한데, 또 국내 뮤지션 중에 이런 고급진 소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단 얘기를 들어본 적도, 그런 음반을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 뭔가 어디가서 그냥 통째로 샘플을 가져다가 치팅이라도 했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얼마전에 누군가가 리메이크를 했다기에 원곡을 다시 찾아들어보니 웬걸. Tim Pierce와 Michael Landau의 이름이 보인다.

이 둘의 이름을 보는 순간 모든 궁금증이 일거에 풀려나간다. 원곡을 잘 들어보면 이 둘이 그냥 기타만 친 게 아니라 곡의 모든 색깔과 분위기를 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냥 내내 멋지기만 한 소리로 들린다. 잘은 모르지만 이들을 hire해서 작업할 때 분명히 ‘충분히 돈 값’한다 라고 하고도 남았을 거라 본다.

뭐 아쉽지만 리메이크 곡은 전혀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서 5초만에 패스하고.

원곡의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하든 뭘 하든 그 음악에서 핵심이 되는 사운드가 별로면 전체가 다 ‘망’이 된다. 이 곡 안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당연히 기타 사운드이고 단순히 코드 배킹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도 같이 잡아주고 있기 때문에 매우 탄탄한 소리가 되는 거다. 탄탄하다는 말은 그 곡을 구성하는 주된 사운드가 개성이 강하고 멋지기 때문에 어쩌다 허접한 소리들이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깨뜨리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영향을 덜 받는단 말이다.

그러니까 뛰어난 연주자의 사운드가 크게 뼈대/윤곽을 잡아주어야 나머지가 허접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훌륭한 음악으로 들리게 된단 말이지.

패완얼이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 이 곡은 얼굴과 몸이 너무 훌륭해서 누더기를 걸치더라도 멋져보일 수 밖에 없는 그런 거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