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비춰진 내 모습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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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대믹 시절에 회사 안에 회의실이 제법 개조가 되어서 회의실 벽에 커다란 티비 여러 대가 붙고 zoom 화상 회의 장치가 붙어서 그 여러 개의 스크린 중에 한 개는 회의실 상황을 보여주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보여주는 식으로 되어있는데다 나름 고해상도 이미지로 촬영해서 회의실에 들어온 사람들을 필요에 따라 줌인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말이 줌인이지 사실 크롭하고 인터폴레이션해서 만들어낸 영상이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회의실에 놓여있던 프로젝터들은 어디 갔는지 이젠 하나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 회의실에 혼자 혹은 여럿이 들어와 있는 중에 회의 내용에 반응하는 내 자신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한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이 “나”라니..’
회의의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나의 표정, 그리고 발언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 정말 딱딱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내 자신의 표정과 모습에 신기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스스로 뭔가 멋진 표정을 짓고 있다고 느껴질 때라거나 좋은 대답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멍청하고 바보같아 보이고 되려 진지하지만 멍청해보이는 이야기를 할 때의 내가 훨씬 더 멀쩡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내 자신에게 가장 진실할 때의 모습이 타인에게도 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그 말의 뜻을 이제 조금이나 이해할 것 같다는 거다.
뭔가 나란 존재가 할 수 있는 말, 내 마음에 있는 말, 나만이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멀쩡한 나의 모습을 하고 있고, 뭐라도 불만이 섞인 이야기를 하거나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내 자신은 어떻게 봐도 삐딱해보이고 같은 얼굴이라도 표정과 분위기가 내가 봐도 보기 싫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쉽게 분석되는 나는 그렇게나 타인들의 눈에 쉽게 간파되고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싶다.
사람이 이렇게 자기 자신의 표정을 타인에게 노출시키는 일 자체가 그냥 내 얼굴과 표정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와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더 나아가서는 나의 영혼을 타인에게 그대로 보여준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과연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타인을 압도한다는, 그 존재만 곁에 있어도 사랑을 느낀다는 그런 말들이 그냥 허튼 이야기가 아니로구나 하게 되는 거다.
마찬가지로 멀쩡한 얼굴과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상대방을 기만하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도무지 얼마나 높은 지능을 지닌 것일까 놀랍기만 하다.
나와 같이 나의 모든 것이 얼굴 표정으로 전부 드러나는 인간은 이연속 삼연속으로 다시 태어나도 누군가를 속이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늘 느낀다.
키높이 구두를 신고 까치발을 하고 다닌다는 그 누군가는 스스로를 잘 모니터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의 자신이 너무 멋지고 훌륭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도취되어 저절로 아랫 턱이 나도 모르게 위로 올라가는 그가 과연 타인을 분석하는 눈으로 스스로를 응시하며 겸허하게 자신의 행동과 말, 그리고 표정과 태도를 모니터링할 겨를이나 있는지. 그럼에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