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신고 다니던 신발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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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보기 싫거나 질려서 혹은 잘 신지 않아서 신발을 버린 적은 있었어도 밑창이 닳아서 떨어졌던 것은 한창 뛰놀던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은데 뭐랄까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한가지 신발을 내가 그토록 열심히 신어왔다는 것. 질리지도 않는지 다 떨어질 때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것. 도무지 얼마나 오래 신어왔는지 (3년쯤 되었을까?) midsole은 죄다 주저앉고 언제 구입해서 신기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다는 것. 그토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 것인가 놀랍기도 하고.
요샌 뭐랄까 조금이나마 나의 과거의 때가 묻어있는 것이면 버릴 때 후련한 기분이 든다. 어떻게든 그것들을 빨리 버려야 과거의 나와 이별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인지.
오래도록 써 오던 물건이 닳거나 깨지거나 망가지거나 하면 고쳐서 더 오래 써봐야겠단 생각보단, 어떻게든 과거의 나와 함께 했던 이 물건들이 다 없어져야 내가 새로워 질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는 걸로 봐선
나는 과거의 나도, 그리고 나의 과거가 모여 이루어진 지금의 나도 보기 싫어졌나 싶다. 그동안 별탈 없이 열심히 살아와준 내 자신과 어떻게든 애써온 나의 과거가 있었다는 것에 지극한 감사를 해도 부족할 마당에.
과거의 나와 빨리 이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쓰레기통에 냉큼 쑤셔넣었긴 하지만 고작 insole에 구멍이 날 정도로 닳았다고 최근 3년간 거의 매일 매일을 함께 했던 신발을 그렇게 쉽게 떠나보낸 나도 정이 많이 없어졌구나 싶다.
매일 매일 써오던 물건이 새 것으로 교체되었을 때의 그 느낌은 뭐랄까 지금부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마치 후련하게 이를 닦아낸 후의 기분 만큼이나 개운하다.
누렇게 끼어있던 플라그나 치석같이 느껴지는 보기싫은 과거의 내가 그렇게나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랄까. 그것은 누가 보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연하지만.
그렇게나 오래된 물건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집안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쓰고 있는 이들은 그 자신의 과거의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고 정겹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