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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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것에 대한 ‘정신승리’를 하겠다는 게 아닌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가끔씩 누군가와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예전에 나에게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알아차리는 순간 몹시 창피해진다.
‘아 왜 내가 이런 얘길하고 있나..?’
나도 누군가의 경험담을 듣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최근까지만해도 특별할 것도 없는 내가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담을 늘어놓거나 한 적은 없었다.
새로 만난 여자 친구가 예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모를까? 어차피 이런 일은 일어날 확률도 0이고 만에 하나 일어나서도 안되니까 넘어가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겉으로만 늙어가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기억들이 너무 과하게 축적된 나머지 (언제 옛날 이야기가 터져나올지 모르는) 불안정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과하게 쌓인 나머지 터져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이른 거다. 그러니까 누군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옛날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다거나 하면 일단 ㅈㄹ ‘늙은 거다’.
더 가면 자신에게 생겨나는 일들의 규칙성이라든가 비규칙성 등등을 분류하여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기가 읽고 이해했던 것들과 연계해서 이야기하려고도 한다.
그런 일을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이런 간접 경험 따위 그냥 웃을 수 있는 이야기면 다행인데 그것도 아니면 지겹고 재미없고 짜증만 날 뿐이다.
만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어쩌다 사람만 만나면 방언터진 ㄴ 마냥 물어보지도 않은 것들을 미친듯이 떠들어대고 설교하고 하는 이들도 있다. 늙은 것을 넘어서서 좀 아픈 거다.
어렸을 땐 기껏해야 하는 말들이 최근에 학교에서 벌어졌던 일, 티비에서 본 것들, 최근에 본 영화, 최근에 듣는 음악 정도가 전부다. 대개 그게 바닥나면 할 얘기가 없어진다.
늙은이들의 입에서 폭포수처럼 터져나오는 이야기들이 대개 20년 이상 전에 벌어진 것들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1-30대에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하는 거다.
그 정도로 그치면 좋겠는데 한번 했던 얘기를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번 반복하기도 한다. 이러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공통점을 더 하자면 자신의 경험이 자신이 특출나서 얻어진 독특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한다는 것이다.
대개 이런 경우에 이런 경험은 다들 누군가 한 개씩 다 가지고 있다면 그럴리가 없다며 화를 내거나 증명하려든다. 오우 ㅅㅌ
대부분의 사람들이 10대 20대 30대에 겪는 일들은 시점과 대상만 달랐지 대부분 유사하다.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 시점도 그 줄거리도 대부분 유사하다.
제 아무리 특별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세상을 살고 있고 살다 간 그 수많은 사람들의 그것과 그리 크게 다를 게 없다.
영화속의 이야기도 인류 대부분의 공통적인 추억을 예쁘게 각색해놓은 것이라 그렇게 재미가 있는 거다.
그것이 오직 내가 가진 추억만을 그려놓은 것이라 착각하는 바보는 없겠지?
그러니까, 정말 나이 먹게 되도 ‘늙은이’처럼 말하지 않으려면,
- 최근에 내가 보고 들은 것만 이야기하자.
- 누군가가 나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 진정으로 조르지 않는 이상엔 입 다물고 들어주기만 하자.
- 내가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면 소중한 나의 옛날 이야기는 내 마음속에만 고이 간직해두자.
- 이야기 상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과 대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