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쓸 수 있는 나의 정신 에너지의 적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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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마다 하루 사용할 수 있는 정신 에너지가 정해져 있어서 그 한계를 넘어서지 않게 스스로를 잘 관리해줘야 한다는 너무나도 뻔한 사실을 나는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깨닫는다. 그러니까 되돌릴 수 없는 일 정도 생겨줘야 겨우겨우 이 쉬운 사실을 알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고, 깨닫았다면서도 반복하고 있으니 깨닫은 게 아니라고 해야될 것 같다. 이 쉬운 걸 제대로 알지도 실천하지도 못하는 것이 나다.
최근 들어서는 커피도 딱 하루 한잔만 마시고 그 외에는 물과 한끼식사 정도로 나를 다듬고 있다. 어쩌다보니 식욕이 다 사라져서 한끼 식사도 그다지 즐겁지 못하다. 예전엔 뭐든 눈 앞에 있는 것은 미친 듯이 빠르게 먹어 치우던 게 나였는데. 지금은 그 때의 절반도 먹기 힘들다.
신기한 건 이렇게 살아도 체중감럄은 그다지 되지 않는다는 건데, 예전 체중에서 딱 3kg 가량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나서는 그 이후의 변화는 매우 둔화된다는 것이다. 내가 늘 이런 상태에 빠져있을 때 보던 것과 이번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나 체중 감량은 어려운 일이지 싶다. 그 이유는 익히들어 알고 있다.
자녁 밤시간에 뭔가를 하면 어두운 잡생각이 들어올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빨리 누우려고 한다. 나는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고작 저녁 6시 7시 밖에 안되있어서 아쉬웠던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예전의 나는 뭔지 모를 것에 매달려서 온 종일 해왔고 그러다가 새벽 2시 4시가 되어도 뭔가 할 것들이 남아있어서 되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을 아쉬워했으니까. 그러다가 밤을 새는 일도 제법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몹시나 신기하다.
빠르게 잠이 드는 날은 9시경 그렇지 않으면 늦어도 12시 전엔 잠이 드는 생활을 한다. 아침에도 빠르면 5시 늦어도 7시전엔 눈을 뜨고 7시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침대에서 몸을 빼는 시간도 꽤나 줄어서 신기할 지경이다. 그냥 누워있으면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여기서. 지겹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이런 생활을 통해서 얻게 된 변화는
-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드는 시간이 줄었다. 예전엔 지쳐쓰러질 듯 할 때 침대에 눕거나 시간이 너무 늦어 잠을 청했는데 되려 아이패드를 들여다보다가 더 늦게 자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뭔가를 들여다보더라도 이내 졸음이 쏟아져서 금방 잠이 든다.
- 시간이 더디 흘러간다. 예전 기준으로 보면 꽤나 많은 걸 했는데도 실제로 흐른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엔 하루 종일 미친 듯이 일을 한 것 같아도 별로 한 게 없고 하루의 시간을 거의 다 소모했는데, 요샌 늦게 시작하고 사람들과 잡담하느라 시간을 써도 매우 일찍 일과를 마감한다.
- 일처리가 빨라지고 잡념이 줄었다.
- 막히는 시간에도 운전하며 받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를 즉시 해결한다.
- 일과시간에 각성이 매우 잘 되고 실수가 크게 줄었다.
- 서두르게 뭔가를 하려고 하고, 그래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인데 연거풔 한숨을 내쉬는 일이 줄었다.
- ‘오늘 안되면 내일 하지’ 하는 여유가 생겼다!!
- 별 다른 근거가 없는 데도 뭔가 잘 안될 것 같다는 생각, 뚜렷한 이유 없이 그냥 내 자신이 벼랑 끝에 몰랄 것 같단 생각이 사라졌다.
- 툭하면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되려 왜 그 (안좋은) 걸 일부러 먹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마시고 났을 때의 그 멍청해진 상태를 생각하면 더 꺼려진다. 앞으론 누굴 만나든 안마신다고 얘기해야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사실 이것은 거꾸로 보면 이전의 나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았음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안좋은 상태에 빠진 것도 인식 못할 정도로 안 좋았다는 말도 된다. 내 주변에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있어도 그냥 ‘이놈이 원래 이런 놈이었던건가?’ 할 뿐, ‘멀쩡했던 사람이 망가졌구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서서히 안좋아지기 때문에. 이것은 스스로 관찰하고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전적으로. 마치 자주 보는 사람이 내가 살이 빠지고/찌고 있는 걸 잘 인식 못하듯.
가족 혹은 가족 같이 늘 나와 같이 생활하는 사람도 나의 이러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도움은 줄 생각도 못한다. 뭔가 기분이 나쁜 표정을 하고 뭔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에 짜증과 불쾌한 느낌을 받을 뿐이지 그게 이 사람이 과부하 상태에 있어서 맛이 갔단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자신에게 오는 피해에만 관심을 갖지 이 사람이 왜 이런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엔 관심이 없다는 거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암이 생기고 그게 4기까지 진행 되도록 모른다. 나는 이런 경우를 여기 저기서 여러 번 봤다.
돈이 많아서 누군가 나 대신 나와 내 주변사람들을 관리해줄 사람들을 고용할 능력이 안된다면, 밥 먹이를 하면서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세상이니까 괜히 다른 사람을 위해서 뭔가 해주겠다고 오버하지 말자. 내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꾸려가기 위해 쏟기에도 에너지는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 나는 내 삶을 폭주하지 않게 만드는 정신 에너지의 사용량이 ‘이거 너무 빈둥 거리는 거 아니야? (나 이러다 짤리는 거 아니야)’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과도하게 자신을 드라이브해서 문제가 생겼다면 예전 하던 것에 딱 절반만 하겠다고 살자. 그게 장기적으로는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길이다.
- 규칙적으로 8시간 9시간은 강제로 재운다. 9시전에 일찌감치 누워서.
- 커피와 술은 자신을 위한다고 생각하면 평생 끊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없어도 잘 살아진다.
- 여행은 아무나 가는 게 아니다. 과부하 상태에서는 자유 여행도 함부로 갈 수 없다. 스트레스 엄청 받으니까.
내가 마음이 힘들어진 후에 온갖 심리/정신건강 관련 유튜브는 엄청나게 봤다. 여기서 나오는 방법들은 내 평소 부하를 절반이하로 떨구고 한달쯤 살아본 뒤에,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면 봐야할 2차적인 방편들이라고 생각한다.
휴식을 한다고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나 어려운 취미 같은 거 하지 말자! 그냥 멍 때리거나(명상) 잠을 자는 게 약이다. 솔직히 난 명상도 집중하는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건 일을 안해도 되는 주말에나 만지작 거릴 수 있는 거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집중력에도 한계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