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분 좋아지는 일..?

요 근래에는 나한테 좋은 일이 벌로 없었다. 몇 가지 불편한 일들이 생기고 그것들에 몰입되다 보니 나에겐 늘 안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시피 이젠 일상처럼 되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내가 처치곤란해서 팔려고 내놓았던 물건이 갑자기 며칠 전에 덜컥 팔렸다. 기능상에 문제가 약간 있다고 써놨었는데 혹시나 모르고 주문한게 아닌가해서 연락을 취해봤는데 상관없단다. 빨리 필요하니 보내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걸 감안해서 가격을 정한 것이긴 하지만.

제법 비싼 물건이라 동네에서 직거래를 하자는 사람도 없고 악기가 되다보니 딱히 수요가 많은 것도 아니라 안팔리게 되면 그냥 내내 창고에서 썩어갈 수 밖에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뭐랄까 내가 이렇게 내내 손톱만큼의 즐거운 일도 없으면 낙심하고 다운되어버릴까봐 마치 누군가 힘을 써준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정말 그렇다면 절이라도 백번 해서 감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고작 팔려고 했던 물건이 팔렸다고 해서 절을 백번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마다 기분이 다운되고 또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경우가 연거풔 일어나다보면 깊이 낙담하고 마음이 힘들어지게 되는 경우가 다들 있었을 거다. 지금 그런 상황인 사람들도 있을테고.

그럴 때 아주 작게 나마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거다. 또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날 만나줄 사람이 있으면 그것은 그것으로 또 매우 감사한 일이 된다.

낭떠러지에서 아래로 계속 떨어져서 이제 곧 바닥과 충돌하겠구나, 그러면 곧 죽겠구나 하는 찰나에 누군가 손을 뻗쳐 잡아주는 정도의 엄청난 기적을 바라진 않는다. (지금도 그런 기적을 바라고 있는지는 모른다만)

이미 추락하게 되는 순간, 또 추락하고 있는 중에도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난 떨어져도 싸..’하는 생각이 들게 되니까. 기적이란 게 있을 리 없다는 것까지 수차례 확인했으니까 이미.

그런데 한참 떨어지는 중에 놀랍게도 부드러운 나뭇가지에 내 몸이 걸려서 잠시라도 한숨 돌릴 수 있다면 그마저도 기적이라면 기적인 거다.

어차피 내가 쌓은 업에 대한 과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니까 계속해서 받아야겠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내게 뜻하지 않은 기쁨을 가져다 준 사람의 이름이 “Hellman”이라는 것이다. 선조가 독일인인지 모를 일이다만.

‘지옥으로 너무 빨리 떨어져버리면 힘드니까 좀 천천히 와’

P.S. 이 글을 쓴 덕택에 난 오늘 또 다른, 찐 serendipity를 맞았다. 놀랍다. 인생이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