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계산서를 작성하지 말자..

나란 사람도 생각해보면 몹시 일희일비하던 사람이라 어떤 일이 일어나면 재빨리 계산서부터 쓰던 사람이어왔다.

계산서를 쓴다는 것이 직접 google sheet 같은 데에 손익을 계산해서 적었다 라기 보단 본능적으로 내가 잃은 게 많은 상황이라고 스스로 판단해버리고 뭔가 원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뭔가 인생에서 손익을 계산한다는 것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받은 게 많고 고마워해야 할 게 많은 사람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데, 대부분은 단기간의 이벤트를 통해서 얻은 손익을 계산하기 마련이다.

이미 그 누구도 인생을 통털어 그가 가지고 있던 것보다 분명히 받은 것이 더 많고 아무리 삶을 불평하려 해도 대부분은 감사할 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고, 물론 죽을 때 전부 반납하게 되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엔 분명히 엄청난 흑자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앞서 말한 단기의 손익계산서다. 나는 개인적으로 주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그런 상황에 처했다. 대부분 단기의 손익을 따지면 주식은 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단기적으로 많은 손해가 생겼으니 손절을 해야겠다 싶어서 팔아버리거나, 아니면 단기적으로 많이 올랐으니까 이익을 실현해야겠다고 해서 팔아버리면 그 순간을 생각해봤을 땐 매우 잘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기로 이익을 실현하고 재빨리 저평가된 주식으로 갈아타는 일을 아주 잘 할 수 있다면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수도 없이 보고 있다.

인생도 투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시도한 투자나 사업이 잘 안될 수 있다. 이것은 구태여 투자가나 사업가가 아니라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100% 잘 될 수만은 없다는 것, 그러나 그것 하나 하나에 너무 몰두해서 괴로워하면 사실 투자나 사업은 할 수 없는 것이란 걸.

당장에 일이 잘 안되거나 위기에 몰려있다고 하면 거기에 너무 몰입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몰입해서 좋은 돌파구를 찾거나 갑작스럽게 손해를 이익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 위기로 인식되는 상황이란 것 그 자체가 쉽게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경우인 것이다.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이 100% 잘 될 수 없고 기대 이하의 결과를, 또 노력대비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얻었거나, 또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도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위기를 기회로 돌려야 한다 라는 말을 하는데, 위기가 기회로 선회하는 경우도 내 생각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본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돌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안좋은 상황에서 낙심하지 않고 뭐라도 배울 점을 건져갈 수 있을 테니 그렇게라도 마음 먹어 보라는 것이지 싶다.

삶이 좋고 행복하기만 했다가 갑자기 안좋은 상태로 빠지는 경우가 생기면 적어도 다음의 이점은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찾아온 불행으로 잃는 게 많았다 하더라도 이것을 기회로 조금이나마 성장해서 장기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만들었다면 이득인 것이다. 사람이란 것이 삶이 내내 즐겁고 행복하다면 스스로를 계발하려 하거나 돌아보게 안된다.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잘 생각하게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불행을 맞이하고 아파하면서 그 다음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오늘만 살고 끝낼 게임이 아니다보니까.